코로나 특수 누린 'K반도체'…"하반기도 양호할 것" 기대감(종합)

삼성전자 이어 SK하이닉스도 2분기 호실적 이어가
D램·낸드, 하반기 서버 수요 감소해도 모바일·게임으로 상쇄
3분기 D램 가격 하락 전망에 "조정기 오래가지 않을 것"

SK하이닉스가 2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에 육박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특수를 톡톡히 누렸음이 입증됐다. 앞서 이달 초 잠정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작년 2분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18조∼19조원, 영업이익은 59% 증가한 5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K반도체'의 저력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감소하더라도 모바일 수요가 증가하면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 'K반도체' 코로나19로 약진…삼성·SK하이닉스 호실적
지난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침체했던 반도체 시장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산의 덕을 톡톡히 누렸다. 코로나로 인한 스마트폰 등 모바일 수요는 감소했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화상 회의 등이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용 서버와 PC·노트북 수요가 크게 증가해 모바일의 부진을 상쇄한 것이다.

D램 점유율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반도체 실적이 나란히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D램 고정가격(기업 판매가격)도 지난 5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SSD(Solid State Drive·고속의 보조기억장치)를 중심으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이어갔다.

SK하이닉스 차진석 담당(CFO·최고재무관리자)은 23일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연초에는 올해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해서, 2분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들이 재고 수준을 높인 측면이 있고, 이것이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달 말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최근 시장 전망치 5조3천억∼5조4천억원을 뛰어넘는 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특수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 전체에 이어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최근 2분기 매출이 103억8천500만달러(미화, 약 12조5천억원), 영업이익은 약 43억8천200만달러(약 5조3천억원)를 기록하며 작년 대비 매출은 28.9%, 영업이익은 71.8% 증가했다.

TSMC는 미국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수용해 9월부터 화웨이의 신규 반도체 생산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지만 120일간의 시행 유예기간 동안 화웨이의 선주문이 증가해 매출과 수익이 크게 늘었다.

D램 부문 3위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도 3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54억달러(6조4천700억원), 영업이익도 8억8천만달러(1조546억원)로 자체 가이던스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D램 4위인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의 2분기 매출도 전 분기 대비 14.4% 증가한 5억5천900만달러(약 6천704억원)로 최근 5개 분기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 하반기 모바일·게임기 수요 증가 기대…"코로나 끝나도 비대면 일상화"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실적도 비교적 낙관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서버 외에 모바일 부문에서 펜트업 수요(Pent-up demand), 즉 보복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물론 당장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일단 3분기 들어 서버 수요 감소로 D램 등 국내 기업들의 주력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D램의 경우 6월 들어 기업들의 판매 가격(고정 가격)이 상승세를 멈췄고 7월부터는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에 D램 판매가격의 일부 조정(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가격 조정이 길게 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차 담당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3∼4년에 걸쳐 발생했던 수요-공급의 과도한 불일치가 작년 말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성장 추세는 견조할 것"이라며 "코로나 2차 대유행 등 불확실성만 없다면 이번 D램 가격 조정기는 짧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D램 가격의 저점을 올해 하반기로 점쳤다.

낸드플래시도 모바일과 4분기 출시될 신규 게임 콘솔(게임기) 증가로 3분기에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신규 게임기의 D램 채용량은 최대 16GB(기가바이트)로 기존 모델에 비해 평균 40% 가량 많을 전망이다.

또 처음으로 HDD(Hard Disk Drive·보조기억장치) 대신 최대 1TB(테라바이트)의 SSD가 탑재되면서 게임 콘솔로 인한 그래픽 D램과 낸드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상반기 선주문에 따른 고객사들의 재고도 하반기 경제활동이 살아날 경우 점차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D램의 출하량은 상반기와 비슷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상반기보다 8∼9%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하반기 시장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TSMC는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에도 5세대(5G) 이동통신, 모바일, 고성능 컴퓨팅(HPC),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 등에서 7나노 파운드리 제품의 꾸준한 수요가 이어져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9월부터는 화웨이 물량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실적 향상을 전망한 것이다.

마이크론 역시 하반기 스마트폰과 게임기 수요 등을 근거로 올해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3∼5월보다 높게 제시했다.

내년 이후 중장기 전망도 일단 양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생활 방식이 전과 달라진 점에 주목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라도 비대면(언택트)의 장점이 계속해서 유효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휴대폰 제조업체의 스마트폰 판매가 올해 감소분까지 감안한 기저효과로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대하고 이다.

또 5G 확산에 따른 스마트폰의 용량 증가와 게임 컨텐츠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경우 내년에는 올해 대비 20%, 낸드는 20% 후반에서 30% 초반까지 수요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는 여전히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콘솔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볼 때 큰 시장은 아니다"라며 "결국 데이터센터용 서버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수요가 증가해야 반도체 시장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