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회장 "나라 위해 나눌 수 있어 기뻐…노벨상 배출하길"

KAIST에 600억원대 기부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676억원 상당 건물 2곳 출연
KAIST 개교 이래 최대 기부금
'싱귤래러티 교수' 신설 장기 지원
“KAIST가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반드시 배출해야 합니다.”

부동산업체 광원산업의 이수영 회장(83·사진)이 평생 모은 600억원대 재산을 KAIST에 기부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KAIST 개교 이래 최대 기부금이다.이 회장은 23일 대전 KAIST 본원 학술문화관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676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했다. 서울에 있는 15층짜리 상가 빌딩 하나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단독주택 한 채 등 두 건이다. 출연금으로 ‘이수영-KAIST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기부금은 먼저 임대수익 형태로 신설 과학교육재단에 귀속되고, 이 회장 사후엔 유증으로 재단 자산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 회장의 기부는 2012년과 2016년 각각 80억여원, 10억여원의 미국 부동산을 유증한 것에 이어 세 번째다. 총 기부금은 766억원으로 역대 KAIST 최고 기부금(57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본 결과 KAIST는 우리나라 발전은 물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란 믿음을 갖게 됐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그는 2012년 첫 기부를 시작으로 KAIST와 인연을 맺은 뒤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이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석·박사 연구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라며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KAIST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어느 대학도 하지 못한 탁월한 성취를 KAIST가 이뤄내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드높이는 데 (기부금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AIST는 이번 기부금을 토대로 ‘싱귤래러티(특이점) 교수’직을 신설한다. 과학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독창적 연구 등을 진행할 경우 최대 20년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싱귤래러티 교수로 선정되면 10년간 연구비를 지원받고 논문, 특허 등 연차 실적 평가도 면제받는다. 10년 연구기간 종료 후 성과를 따져 추가로 10년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3년부터 서울신문, 한국경제신문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 회장은 한국경제신문 창간 연도인 1964년부터 4년간 근무하며 선경(SK의 전신) 등 섬유업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출입했다. 1971년 축산업체 광원목장을 설립하고 1988년 부동산업체 광원산업을 창업해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가진 분들이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KAIST에는 그동안 국내 1호 한의학 박사인 고(故) 류근철 KAIST 인재·우주인건강연구센터장(578억원),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515억원) 등이 고액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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