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굴기' 中, 화성탐사 가세…美에 도전장

내년 2월 궤도 진입 뒤 4월 착륙
92일간 화성 표면 토양·기후 조사

中, 올해 40여기 로켓 발사 계획
美와 우주 패권 경쟁 본격화
올해로 로켓 개발 50주년을 맞은 중국이 첫 화성 탐사선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탐사선 발사는 중국이 미국과 본격적으로 우주 패권 경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가우주국(CNSA)은 23일 낮 12시41분(현지시간) 남부 하이난 원창 우주발사장에서 운반로켓 창정(長征) 5호를 이용해 첫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1호’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톈원 1호는 화성 궤도를 도는 궤도선과 착륙선, 무인 탐사차량(로버)으로 이뤄졌다. 비행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톈원 1호는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4월 화성 착륙을 시도한다. 이는 미국이 여러 차례 프로젝트에 걸쳐 이룬 성과를 한 번에 시도한다는 의미가 있다.로버가 화성 착륙에 성공하면 이후 지구와 통신하며 궤도선의 도움을 받아 92일 동안 화성 표면의 토양과 기후 등을 조사하게 된다. 톈원 1호는 화성 표면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중국은 궤도선과 로버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화성의 지질 지도를 작성한다는 구상이다.

톈원 1호의 화성 탐사는 중국이 우주 강국으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옛 소련밖에 없었다. 옛 소련의 마스 3호가 1971년 최초로 착륙했지만 수초 만에 화염에 휩싸였다. 이후 1976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린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에 착륙해 표면을 탐사했다.

유럽연합(EU)도 화성 탐사 위성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화성 착륙에는 실패했다. 중국도 2011년 러시아 로켓을 이용해 첫 화성 탐사 위성인 잉훠(螢火) 1호를 쏘아올렸지만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중국 정부는 그동안 정확한 톈원 1호 발사 예정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발사 장면을 생중계하지도 않았다. 발사에 실패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CTV,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발사 후에야 로켓이 창공으로 향하는 장면을 소셜미디어에서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중국은 ‘우주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 착륙 탐사선을 시작으로 모두 34차례 로켓을 쏘아올려 미국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 1위 로켓 발사국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에도 40기 이상의 로켓을 발사해 우주 기술 분야 최강국인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대응한 베이더우 위성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안에 달 표본을 수집해 갖고 돌아올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 발사 준비도 하고 있다. 이르면 2022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2030년대에는 화성 표본 수집 우주선도 보낸다는 구상이다. 중국 국유기업인 항톈과학기술그룹(CASC)은 2050년까지 10조달러 규모의 우주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톈원 1호 발사는 이달에 세계 각국에서 예정된 세 차례의 화성 탐사선 발사 가운데 두 번째로 이뤄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20일 일본에서 첫 화성 탐사선 ‘아말’을 쏘아올렸다. NASA는 오는 30일 다섯 번째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를 발사할 예정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