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대 '담배 소송' 재개…흡연자 사례만 30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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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변론기일 내달 28일 지정대한민국 흡연 인구가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2년여 만에 재개됐다. 흡연 때문에 발생한 손실(치료비)을 담배회사가 물어내라는 취지다. 흡연자의 자유의사를 강조하고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던 기존 판례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로
흡연으로 인한 치료비 청구
제출한 증거만 1만5000쪽
업체도 자료 준비…'진검승부'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건보공단이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3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오는 8월 28일로 확정했다. 2014년 소송이 제기된 지 6년여, 2018년 5월 마지막 재판이 열린 지 2년3개월 만이다.건보공단은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7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 소송가액은 공단이 2003~2013년 부담한 진료비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흡연과 인과성이 큰 암에 걸린 환자 중 30년 이상 흡연했고 20년간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한 사례다. 공단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1만5000쪽, 환자 샘플만 3000여 명에 달해 담배회사들이 자료를 검토할 시간을 요청하면서 기일이 잠정 연기돼 왔다. 그 새 두 번의 법관 정기인사가 이뤄지면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도 바뀌었다.
담배의 유해성과 이에 대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다투는 재판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대법원은 암환자 유족들이 ‘흡연 때문에 암이 발생했다’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흡연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고, 개인의 암 발병과 흡연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담배회사가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은 “담배는 1600년대에 (한국에) 전래된 무렵부터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과 효능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것은 물론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담배의 유해성과 그에 따른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보험제도와 함께 운영되는 건보공단이 과연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다툼도 주목받고 있다.공단 관계자는 “건보공단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며 “상식적인 선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단이 적극적으로 직접 움직인다는 차원에서 이번 소송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