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민 알권리 외면한 충남테크노파크

국책사업 유치 땐 홍보 열올리고
유해물질 배출은 감추기에 급급

강태우 지식사회부/천안 기자 ktw@hankyung.com
충청남도는 2018년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을 유치했다. 당시 도는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부의 단일 R&D 사업 중 최대 규모인 5281억원(국비 3770억원 포함)을 투입해 2025년까지 충남 천안시 직산읍에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를 짓는다는 소식은 도민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런데 2년이 지나 이곳에서 쓰일 8~9종의 디스플레이 연구장비들이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의 기대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센터가 들어설 장소가 유해화학물질을 다룰 수 없는 지역이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민원 발생 우려가 제기됐다. 지역주민들은 유해화학물질이 취급된다는 사실, 금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 이를 논의하기 위한 설명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모두 몰랐다. 주최 측은 지난달 환경부에 특정 대기오염 물질 및 폐수 배출이 가능하도록 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했다.지난 8일 열린 주민설명회는 저조한 참석률로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사업 수행기관인 충남테크노파크(이하 충남TP) 직원들과 천안시 공무원을 제외하면 주민 10명 남짓이 참석했을 뿐이다. 지역구 시의원들조차 설명회 개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응기 충남TP 원장은 “생업이 바쁜 주민을 대표하는 이장 중심으로 설명회를 준비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에둘러 말했다.

충남TP는 유해화학물질 종류와 배출량 등 주민들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업 내용을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센터장은 팀장, 팀장은 센터장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 사업만이 아니다. 158억원을 들여 조성한 국내 첫 온천 스파 임상지원센터도 추진 2년6개월 만에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충남TP와 장비 임차 업체가 1년간 법정 다툼을 하는 사이 고가의 장비는 방치됐다. 센터에서 사용할 온천이 나오는 구멍(온천공)은 사용자의 건물 증축공사로 센터와 연결된 온천수 관로가 막히면서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도의회와 천안시의회가 부랴부랴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규모 사업을 유치할 때마다 그간의 노력과 업적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 반대로 사업 추진 과정은 기대만큼 투명하지 않다. 국민의 알권리는 대형 사업을 따왔을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절차에 맞는 투명한 방식으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충남TP의 독선 행정이 주민 간 갈등 및 도정에 대한 불신만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