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쇼크'에도…한국 GDP 순위 9위권 넘본다 [김익환의 외환시장 워치]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밑도는 -3.3%를 기록했지만 올해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작년 세계 12위에서 올해 9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비해 명목 GDP 순위가 높은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 등이 받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24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1조6423억달러로 세계 203개국 중 12위로 집계됐다. 한국의 순위는 2013년 12위, 2015∼2017년 11위, 2018년 10위로 오름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브라질(1조8397억달러) 캐나다(1조7364억달러)와 러시아(1조6998억달러)에 밀려 12위로 내려갔다.
명목 GDP는 한 나라에서 재화·서비스가 얼마만큼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시장가격(당해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실질 GDP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를 보여준다면 명목 GDP는 한 나라 경제의 크기를 나타내기 때문에 국가 간 경제 규모를 비교할 때는 명목 지표를 주로 쓴다.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의 명목 GDP는 지난해 한국에 비해 574억~1973억달러 많았다. 매년 GDP 순위에서 한국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하는 국가들이다. 세계은행은 각국 명목 GDP를 달러로 환산해 산출한다. 이 과정에서 집계연도의 평균 환율을 적용한다. 각국의 명목 GDP 성장률과 그해의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순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 한국의 경우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에 비해 명목 성장률과 통화가치 하락폭이 크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고려해 올해 한국의 명목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브라질(-5.6%) 캐나다(-9%) 러시아(-16%)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한국이 2분기 성장률이 -3.3%로 시장 예상치인 -2% 초중반을 밑돌았지만 다른 나라의 성장률 충격은 이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 반영된 것이다.

통화가치의 경우 한국의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작년에 비해 4%가량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 상반기 브라질 헤알화 가치(달러화 대비)가 작년 대비 24.5%, 캐나다달러화가 2.9%, 러시아 루블화가 7.7% 각각 절하됐다.

한국보다 순위가 떨어지는 스페인 호주 등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 국가와의 명목 GDP 격차가 3000억달러 규모로 적잖은 만큼 이대로라면 한국의 명목 GDP 순위가 9위에 진입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하반기 성장률과 환율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순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