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요즘 잘 나간다는 그 풍자 커뮤니티인가요?

[라이브24]

靑 국민청원에 다양한 풍자 청원 인기
올 상반기엔 '진영 대결', 하반기엔 '커뮤니티化'
제21대 총선 투표일인 지난 4월15일 청와대 앞에서 근무자들이 출입문을 지키고 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치킨계의 다주택자 OO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십시오.'
'국회의원 월급을 레버리지 ETF로 지급하여 주십시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화제가 된 청원글들이다.

올 상반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나타내는 키워드는 '진영 대결'이었다. 보수와 진보 각 진영을 지지하는 이들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달려갔다.문재인 대통령 응원 청원에 150만여 명이,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에 147만여 명이 동의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 관계자 의무답변 요건인 20만명을 훌쩍 넘긴 이들 청원에 청와대는 지난 4월 "어느 의견도 허투루 듣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하반기로 접어들어 한 달여가 경과한 25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특징은 '커뮤니티화'로 집약된다. 정치권을 향한 조롱과 '저격' 등이 주를 이루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전락하면서 민원 청구라는 국민청원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치킨자 규제론을 펼친 청원인이 삼가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多치킨 규제'…부동산정책 비꼰 청원에 관심 집중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치킨계의 다주택자 OO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다. 주택을 치킨에 비유해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 규제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은 관리자에 의해 비공개로 전환됐다. 청와대는 △중복 게시 △욕설 및 비속어 사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개인정보·허위사실·타인의 명예훼손 내용 등이 담긴 청원에 대해서는 삭제 또는 숨김 처리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후 해당 청원인은 지난 16일 비공개 전환 근거가 될 만한 특정 업체 상호를 지우고 재차 상소문 형태로 청원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청원 역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지난 22일에는 국회의원 월급을 '레버리지 ETF'로 지급하자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이번엔 "국회의원 월급, 레버리지 ETF로 지급하라"

지난 22일에는 국회의원 월급을 '레버리지 ETF'로 지급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를 말한다.

청원인은 "한국 증시는 한국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분배와 사다리 역할을 하는 계층이동의 공간이기도 하다"면서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증시가 왜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청원인은 "국회의원 급여를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로 지급하고, 매도는 임기 만료 시 가능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레버리지 ETF를 통해 코스피가 올라야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국회의원들이 증시에 관심을 갖고 증시 부양책을 고민할 수 있게끔 하자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재외동포 화상 간담회에서 송봉길 주인도대사, 재인도 은행원 손혁준씨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文정부 청와대 국민청원, 당초 취지는 어디로 갔나

이달 14일 올라온 '조세저항 국민운동' 청원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청원에는 25일 오전 8시 기준 6만9000여명이 동의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 국민청원 게시판이 취지와 맞지 않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볼 수 있는 조롱과 희화화가 난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 실현과 직접 소통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민청원 게시판을 열었다. 이후 1000여일 넘게 현대판 신문고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18년 한 사람이 무제한 중복 청원이 가능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청와대는 올 3월 말부터 국민청원 방식을 일부 수정한 '국민청원 시즌 2'로 운영해왔다.중복·비방·욕설 등 부적절한 청원 노출을 줄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담기 위해 100명의 사전동의를 받아야만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전락한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 상황을 보면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린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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