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금관구까지 번진 '패닉 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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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도 신고가 속출
미아동부센트레빌 84㎡ 9억
신림푸르지오 1차 반년새 2억↑
자금력 약한 30대 수요 불붙어
24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노도강, 금관구 등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금관구에선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1차 전용 84㎡가 최근 9억원 신고가에 팔렸다. 지난 1월 7억원대 아파트에서 반년 사이에 9억원대 아파트로 바뀌었다. 구로구 개봉동 두산 전용 111㎡도 최근 기존 가격보다 4000만원 뛴 5억9000만원에 계약됐다.노도강과 금관구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 합계는 이날 기준 4508건을 기록했다. 5월 거래량(1663건)과 비교해 약 2.71배로 늘어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에서 전세로 살던 사람도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하니 노도강 등의 집값이 움직인 것”이라며 “확실한 공급 신호를 주지 않는 한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 더 뛴다" 중저가로 몰린 30대…노도강 84㎡도 9억대 속출
서울에 사는 결혼 3년차 신혼부부 신모씨(35)는 요즘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니느라 바쁘다. 잠실에 있는 직장과 가까운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 5억원짜리 전세로 사는 신씨는 최근 해당 단지의 전세가가 1억원 넘게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신씨는 “노원구 아파트를 계약하려고 했는데 경쟁자가 많아 세 번이나 놓쳤다”며 “지금 내집 마련을 하지 못하면 영영 서울에서 집을 사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급하다”고 털어놨다.‘노도강’이 서울 아파트 상승률 1~3위
24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직전 주 대비 0.58% 상승했다. 특히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북구가 1.38%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도봉구(1.16%)와 노원구(0.88%)도 많이 올랐다. 금천구와 관악구가 각각 0.58% 상승했으며 구로구도 0.46% 뛰었다.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미아동부센트레빌’ 전용 84㎡는 15일 9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 7억원대 초반에 거래된 평형으로 6개월 만에 2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미아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20~30대 신혼부부가 집을 사려고 오는 사례가 늘었다”며 “다른 지역이나 더 넓은 평수로 옮기는 경우 외에는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없어 매도자 우위 장세”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9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9억원 선을 넘긴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 3차’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10억원이 넘는다.
규제 아랑곳하지 않는 ‘패닉 바잉’
전문가들은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지역에서 전통적 소외 지역인 노도강 등으로 빠르게 번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와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에 대한 세금 부담을 크게 높인 ‘7·10 부동산 대책’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에 실수요자가 몰려드는 노도강 등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도봉구 창동 개발, 광운대역세권 개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동북선 경전철 재추진 등 개발 호재까지 겹쳤다.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임대차 3법 등으로 전세 매물이 품귀를 빚자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많다”며 “노도강 등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이지만 경기도로 나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7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5개 자치구 중 강북구가 0.71% 올라 매매가에 이어 전세가격도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장현주/신연수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