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수사심의위 "한동훈 수사 멈추고 기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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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채널A 기자는 기소 권고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전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멈추고 기소하지 말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결론 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의 입장을 절반만 수용한 결과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수사팀의 수사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가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 재점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모'보다 취재윤리 위반에 무게
한 검사장 측 "현명한 결정 감사"
수사팀은 "납득 어렵다" 반발
권고안 수용 여부 놓고
추미애-윤석열 갈등 격화 가능성
위원 15명 중 10명 ‘수사 중단’ 의견
법조계와 학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의 위원은 24일 오후 2시부터 8시30분께까지 6시간30여분 동안 심의한 끝에 과반수 찬성으로 한 검사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멈출 것을 권고했다. 반면 이 전 기자에 대해선 수사하라고 했다. 한 검사장에게는 ‘수사 중단’(10명) 및 ‘불기소’(11명) 의견을, 이 전 기자에게는 ‘수사 계속’(12명) 및 ‘공소 제기’(9명) 의견으로 의결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과 한 검사장, 이 전 기자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이 제출한 A4 용지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했다.한 검사장의 변호인인 김종필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온 직후 “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 측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 강요미수죄 성립 여부를 잘 가려내겠다”며 “기자의 취재 욕심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반면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권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사실상 한 검사장 수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의 주요 안건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편지 협박 취재 공모 여부’였다. 검찰은 지난 2월 13일 부산지검 차장검사실에서 나눈 녹취록을 통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 관계라고 봤다.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 혐의를 알려 달라며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자, 한 검사장이 “그건 해볼 만하다”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된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일상적인 환담이며 공모가 절대 아니다”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대화에서 협박 수단인 편지의 내용과 발송 시점, 수사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상의가 없었기 때문에 공모라고 볼 수 없으며 ‘덕담’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秋 vs 尹 갈등 이어지나
법조계는 향후 검찰의 처분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심의위 의결 사안은 ‘권고’일 뿐이다. 그러나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검찰은 아홉 차례 열린 수사심의위 결과 중 여덟 차례를 수용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아직 권고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이날 결과를 두고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것은 스스로 부담되지 않겠냐”고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를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결과마저 수용하지 않는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미다. 또 한 검사장과 이 부회장 모두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의견을 받은 만큼 어느 한쪽은 받아들이고 다른 한쪽은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추 장관과 윤 총장이 다시금 갈등을 빚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검사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이 나오면서 ‘검언 유착’을 강하게 비난해 온 추 장관의 입지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