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빅딜', 결국 '노딜'?…이스타항공 뒤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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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지키던 HDC현산, 아시아나 재실사 요구[이슈+]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빅딜'로 꼽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결국 '노딜'로 끝난 이스타항공의 뒤를 이을 것인가.
▽인수 지연 책임 금호산업·아시아나에 돌려
▽"15차례 재점검 요청했으나 자료 못 받아"
▽ 12주간 재실사 요구
▽재계 일각선 인수 포기 수순 가능성 점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던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26일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HDC현산은 이와 함께 "4월 초 이후 15차례에 걸쳐 인수 상황 재점검이 이뤄져야할 세부사항에 대해 요구했으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관련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돌렸다. 이에 재계에선 인수전이 ‘노딜’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HDC현산 "거래종결 선행조건 충족 안돼…재실사하겠다"
HDC현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에 속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지난 24일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측이 계약 종결의 선결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지난 2일 러시아를 끝으로 마무리됐으니 인수를 종결하자며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 반박에 나선 것이다.HDC현산은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결합 심사뿐 아니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켜야 할 선행조건을 금호산업 측이 지키지 않았다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최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음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해 재실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차입금·당기순손실 증가, 추가자금 차입,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 등에 대해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 계열사 지원,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지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거론했다.또한 HDC현산은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의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봐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세부사항들에 대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4월 9일부터 15차례 전달했으나 10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귀책사유가 금호산업 등에 있음을 못박았다. 선행거래 종결에 대한 HDC현산의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비판 나선 HDC현산 "사실 왜곡"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HDC현산은 '인수포기설'에 대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이어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에 응하지 않고 계약상 근거 없는 일방통행식 거래종결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HDC현산이 조건 재협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은 또한 "인수계약 당시에 제시된 상황과 실제 상황과의 차이에 대한 적절한 재점검이 이뤄져 변화된 상황에 대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정확한 인식이 이줘져야 비로소 인수조건 재협의의 출발점이 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국내외 기업결합신고를 차질없이 진행했고 어려운 금융시장 상황에도 유상증자, 사채발행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예정대로 조달하는 등 인수를 위한 절차에 최선을 다해 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계제로' 아시아나항공 M&A…'노딜'로 기우나
HDC현산의 입장 표명은 지난달 말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전격 회동한 후 한 달 만이다.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 관련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돌리고 나서면서 인수전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재계 일각에선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의 공문 내용을 검토하고, 재실사 수용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황이 악화돼 끝내 무산된 이스타항공 인수전과 같은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미뤄오다 끝내 이스타 측의 탓을 하며 계약을 파기한 것과 같이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탓으로 돌리는 점 등에 비춰 인수 포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HDC현산이 미리 낸 계약금(2500억원)을 둘러싸고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국유화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다만 HDC현산의 의중에 대해선 다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구주 가격을 낮추거나 인수 압박을 피하면서 재협상 과정에서 금호산업을 배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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