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에서 '수비수'된 박지원, 하태경과 신경전 [종합]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하태경 '학력위조 의혹'으로 맹공
언성 높인 박지원 "해당 학교에 확인하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 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겁박해서 졸업한 거 아닌가" vs "단국대 가서 직접 확인하라"
"회피전략 쓰지말라" vs "질문다운 질문하라"
"국민들이 보고 있다" vs "저희 국민들도 보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7일 진행된 가운데 미래통합당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의원과 박 후보자가 청문회 시작부터 '학력위조 의혹'을 두고 날 선 공방전을 벌였다.

국회 정보위는 이날 국회에서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 후보자에 대한 '학력위조 의혹'을 면밀하게 살필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날 청문회는 초반부터 신경전이 팽팽했다.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하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겁박'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맹공을 펼쳤다. 박 후보자 역시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섰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태경 "성적표 제출하라" vs 박지원 "단국대 가서 확인하라"

하 의원은 "박 후보자 본인이 지금 2000년 권력 2인자일 때 단국대 학력위조 의혹을 받고 있고 그것을 확인할 자료로 학적부에 있는 성적표 원본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며 "그게 아마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명분을 이야기하셨는데 성적은 안 봐도 되니까 성적을 가리고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이어 "박 후보자 단국대 학적부에 있는 성적표 원본을 제출해달라"며 "그게 나와야 다니지도 않은 조선대에서 허위서류 받아서 단국대에 갔고 은폐하기 위해 조작을 했다는 것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에 "저는 조선대를 다니지 않았다. 광주교대 2년을 다니고 단국대에 편입했다"며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것도 대학에서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학에 이야기했다. 제가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3년 4년 재수해서 대학을 갔는데 제 성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고 학교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법적 제도가 있기에 저는 동의하지 않았다"며 "성적을 가리지 않고 제출한다 안 한다 그러한 문제가 있으면 대학에 가서 요구를 하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학력 의혹'과 관련한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태경 "국민들이 보고 있다" vs 박지원 "저희 국민들도 보고 있다"

하 의원은 본격적인 질의에 들어가자 △박 후보자가 전공 필수 수업을 듣지 않은 점 △편입 과정서 졸업에 인정되는 교양학점은 35학점뿐인 상황에서 100학점이 인정된 점 △1965년 교육법 시행령 기준 졸업 학점에 미달한 채 졸업했다는 점 등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박 후보자는 이 같은 하 의원의 공세에 "저는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성적표와 졸업증명서를 내서 단국대에 편입을 했고 성실하게 수강을 했다"며 "단국대에서 학점을 인정하고 졸업을 하라고 했으니까 했지, 학점이 안 되니까 졸업하지 말라면 졸업을 안 했다"고 설명했다.이어 "1965년 학칙을 저는 알지 못한다.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저는 그 당시 단국대 학칙을 모르니 저한테 묻지 마시고 단국대에 가서 물으시라"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이 "2000년 박 후보자가 권력 실세이던 당시 학력위조를 했다는 지점이 문제다. 단국대를 겁박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아무리 제가 청문을 받는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위조, 겁박이라는 단어를 쓰시는가"라고 맞받아쳤다.

하 의원이 "후보자 전략을 잘 안다. 회피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꼬집자 박 후보자는 "저도 하 의원 전략을 잘 아는데 회피전략이 아니다. 저는 위조한 적도 겁박한 적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답을 하겠다"고 응수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박 후보자는 하 의원을 향해 "질문을 질문답게 하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하 의원이 비판하자 박 후보자 역시 "저희 국민들도 보고 있다"고 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왼쪽)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에서 '학력위조 의혹' 에 대해 질의하자 박지원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의 영원한 꼬리표 '대북송금'…野 검증 공세

통합당은 박 후보자의 불법 대북송금 문제도 공세를 이어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000년 북한에 25억달러의 투자 및 차관을 제공하기로 한 '4·8 합의서' 중 경제협력 합의서 사본을 제시하며 박 후보자의 서명 여부를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주 의원의 압박이 계속되자 "주 의원이 어떤 경로로 문건을 입수했는지 모르겠지만, 4·8 합의서는 공개됐고, 다른 문건에 대해서는 기억도 없고,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국정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라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송금된) 5억 달러 중 정부의 돈은 1달러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제가 2000년 6·15 정상 회담 때 밀사·특사를 하면서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른 적이 있다"며 "그러한 잘못된 일을 또 할 것인가라는 염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이나 당시 특검에서도 2000년 정상회담 당시 5억달러 중 정부의 돈 1달러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며 "현대가 금강산 관광 등 7대 사업을 위해 지불한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사법적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했다.그는 "제가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은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이유에 대해 유죄를 받은 것"이라며 "저는 지금도 그 당시 어떠한 계좌를 통해 북한에 돈이 송금됐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청문 위원들과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