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환경단체가 명분 내세운 지역 '원전 반대 목소리' 사실상 없었다

두차례 공론화 작업 살펴보니
한울원전 4호기. / 사진=연합뉴스
월성원전 2~4호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임시저장 시설 설치가 지역 주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내달 착공에 들어가지 않으면 2022년 3월이면 처리시설이 모두 차 3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멈출 수도 있는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24일 발표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의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살펴보면 '지역 주민들의 반대'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월성 원전 5㎞ 이내에 거주하는 경주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1차 조사 때부터 58.6%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립에 찬성했다. 관련 정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찬성률은 높아져 2차에서 80%, 3차에서 81.4%에 이른 것이다.

원전과 관련해서는 2017년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당시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한창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방침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국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이뤄진 신고리 원전 건설 여론 수렴에서도 결국 60%가 건설 중단 반대와 지속적인 신고리 원전 건설에 뜻을 모았다. 이번에도 역시 4차례에 걸쳐 이뤄진 의견 수렴에서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이들의 비중은 계속 높아졌다.탈원전 정책을 주요 국정 기조 중 하나로 내걸며 정부는 여러 명분 중 하나로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을 꼽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공론화 작업을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정부와 환경단체의 가정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과정을 지켜보면 탈원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계속 재검토를 요구한다.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이 대표적인 예다.

임시저장 시설을 비롯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은 20개월에 걸친 공론화 작업과 논의 끝에 2016년 7월 수립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2018년부터 다시 주민 의견 수렴 방안을 논의해 지난해 5월 재검토위가 꾸려졌다.그 논의의 결과가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81.4%의 찬성이다. 2016년 7월에 이미 나온 결론을 다시 내기 위해 4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와중에 재검토위원장이 "재검토위를 통한 의견 수렴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며 재검토위의 근거 자체를 부정했다.

진통 끝에 이같은 결론이 나왔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마저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짜고치는 고스톱이었을 뿐"이라며 의견수렴 결과를 일축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