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재실사 요구…産銀 "인수 저의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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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인수여부 확답 요구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에 인수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재실사를 원한다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에 대한 확답을 먼저 내놓으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매각 무산 '플랜B' 마련도 착수
산은은 27일 HDC현산의 요구에 “수용 여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인수 의지의 진정성과 관련해 저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HDC현산은 지난 26일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 재점검을 위한 3개월가량의 재실사를 요구했다.산은 등 채권단은 HDC현산이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재실사 요구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인수 파기 시 예상되는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산은은 다만 HDC현산의 요구를 즉각 거부하는 대신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매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재무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재실사의 전제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에 확답을 요구한 것도 이동걸 산은 회장(사진)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의 공식 입장문에 이 회장이 평소 즐겨 쓰는 ‘저의’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독대했으나 인수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산은은 재실사 검토와 별도로 매각 무산에 대비한 ‘플랜B’(대안) 마련에도 들어갔다. 산은 관계자는 “HDC현산이 보낸 공문에 대해 기업구조조정실 담당자들이 지난주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산은의 설명이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단의 직접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처럼 당분간 채권단 관리 체제를 유지하다가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강경민/임현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