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發 '권력형 성폭행' 해법으로 女 최고위원 늘리자는 여성 의원

현장에서

조미현 정치부 기자
“저부터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너무나 참담한 마음과 자책감이 엉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남 최고위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측근이다. 여성 운동가 출신에다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위 위원장인 남 최고위원은 지금까지 박 전 시장의 성 추문에 침묵해왔다. 되레 박 전 시장의 장지까지 따라가는 등 각별한 인연을 숨기지 않았다.그런 남 최고위원이 박 전 시장 사망 17일 만에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원고지 여덟 장짜리 입장문에 사과는 단 두 줄이었다. ‘반성한다’고 했지만 무엇을 반성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남 탓’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남 최고위원은 “어렵게 젠더폭력 상담신고센터 설치 규정을 마련했지만 전담 인력을 배정받지 못해 선거 기간에만 용역사업으로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남 최고위원이 사과를 하며 울먹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남 최고위원이 여당발(發) 권력형 성폭행의 해법이라고 내놓은 방안은 더 가관이다. 남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은 여성 유권자를 분노케 했고, 웬만한 대책으로는 민주당에 다시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당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두 명의 최고위원을 모두 여성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남 최고위원은 여성 최고위원 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여당 내 유일한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박 전 시장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성을 이용하는 여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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