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 이전 속전속결" 野 "서울시장 공약으로 내걸라"
입력
수정
지면A6
"시간 안 끌겠다"는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대선까지 시간 끌지 않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올해를 ‘행정수도 원년’으로 삼겠다며 당장 전국 순회 토론회부터 열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라고 맞불을 놨다. 통합당 일각에선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전 논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선前 여야 합의안 도출"
추진단, 전국 순회 토론회 계획
"꼼수" 반발하는 통합당
"부동산 실패 덮기 위해 불붙여"
지도부 '입단속' 당부했지만
정진석·김병준 "적극 논의를"
논의에 속도 붙이는 與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를 열고 “대선까지 시간 끌지 않고 그 전에 여야 합의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 국면 전까지 국회와 청와대 등의 세종시 이전 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수도 완성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16년 전과 달리 과반의 국민 여론이 지지하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울산·경남(PK) 동남권 메가시티 프로젝트와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등 의미있는 제안도 많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국회 이전뿐만 아니라 보수세가 강한 PK·TK 지역 현안까지 언급하면서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민주당은 추진단 주도로 전국 순회 토론회를 열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우선추진 과제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국토 균형발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만의 꿈이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천명하고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균형이 목적인 만큼 여야 분열 없이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통합당 “서울시장 선거 공약하라”
통합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수도 이전 논의가 부동산 대책 실패 등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에서 왜 이렇게 급작스러운 수도 이전 이야기에 불을 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생각이 굳건하다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약을 내걸고 서울시민 의사부터 확인해달라”고 밝혔다.통합당은 이날 비대위 회의실 배경 문구를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로 내걸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서울에 대해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한 것을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서울이) 천박한 곳이니까 수도를 옮겨야 하는 것처럼 얘기한다”며 “도시의 발전 과정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수도 이전이 박 전 대통령의 꿈이라는 민주당의 언급에 대해서도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며 “당시 미군 철수 얘기가 나오면서 그 전제로 작업했었는데 철수가 취소되면서 계획 자체가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野 일각에선 “적극 논의하자”
통합당 지도부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수도 이전 관련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선 야당에서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청권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여당의 국면 전환용 꼼수가 분명하지만 어차피 마주할 논의를 당장 외면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며 당 차원의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 비대위원장도 이날 “기왕에 이렇게 던졌으면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내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통합당 대전시당은 성명서를 내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논의를 공론화하는 것은 대한민국 백년지대계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여권이 선점한 행정수도 이전론에 무작정 올라탈 수도, 지역 표심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통합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찬반 구도가 형성되면 통합당은 충청권의 표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 통합당 관계자는 “국토 균형발전이란 전제 아래 무조건적인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더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해 내놓겠다”고 말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koko@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