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 후폭풍 계속…피해자 "인권위 직권조사해달라" [정지은의 이슈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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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의혹 제기 후 20일 지나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관련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시청역 5번 출구에 모여 연대서명도 받을 예정입니다.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한 여성가족부는 이날부터 이틀간 서울시 성희롱 실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현장점검을 실시하고요.
8개 여성단체 연대행진 나서 '시민 연대서명'
여성가족부, 28~29일 서울시 실태점검
'미투 운동' 서지현 검사, 보름만에 입 열기도
피해자가 지난 8일 박 시장에 대한 고소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하고 20일이 지났습니다. 박 시장이 사망하면서 해당 고소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박원순#여성가족부#인권위#서지현 검사
▶인권위 직권조사 요청 나선 피해자
피해자 A씨 측은 이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직권조사 발동 촉구 요청서’를 제출한건데요. 개선이 필요한 제도 문제를 포함해 더 넓은 범위에서 조사해달라는 의미입니다.인권위 직권조사가 이뤄질 경우 박 시장의 사망으로 한계를 보였던 의혹 규명에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 사안은 굉장히 중요하고 여러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인권위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A씨를 지원하는 8개 여성단체는 이날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보라색 우산을 들거나 옷을 입고 시청역 5번 출구에 모였는데요. 시청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연대행진을 벌이기도 했지요. 이들은 이날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대서명도 받기로 했습니다.
▶‘미투 운동’ 촉발한 서지현 검사 “투사 아니다”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는 27일 밤 페이스북에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 권력자도 아니다”라며 “할 수 있는 능력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는 비판에 괴로움을 토로하며 SNS 활동을 중단한 지 보름여 만입니다.그는 “(박 시장의 성추행)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가 없음에도, 사실 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제게 평소 여성인권에 어떤 관해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었다”고 했습니다.서 검사는 평소 성폭력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오며 피해자들을 지지해온 발언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열린 미투 운동 관련 좌담회에서 서 검사는 “미투 운동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라는 의미다. 피해자를 틀어막은 공동체와는 작별해야 한다”고 했다.
▶여가부, 서울시 성희롱 실태 살펴본다는데…
여가부는 이날 오후 서울시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합니다. 점검단은 단장을 포함 총 5명으로 꾸려졌습니다. 비서실이나 시장실 등 특정 부서를 보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여가부 측은 “서울시 성희롱 실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형태”라고 설명하는데요. 얼마나, 어디까지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일단은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나 고충처리·상담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됐는지, 재발방지 대책이 어떻게 수립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여가부는 이날 점검 결과를 당장 발표하진 않고 향후 대책까지 포함해 알리는 방향을 검토 중입니다. 다만 여가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습니다. 서울시의 위법·부정 행위 등을 발견하고 조사·수사권을 가진 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해 여가부 장관이 관련자 징계를 요청하는 정도겠지요.
또 여가부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양성평등법과 폭력 예방 지침 등을 계속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진기관’으로 분류해 제재하는 정도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여가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여가부 폐지 청원’까지 나온만큼 뒤늦게 구색만 맞추려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