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납치한 것처럼 손발 묶은 사진 찍어 돈 뜯어 올해만 8건·38억원 편취…한 부모는 24억원 송금
호주에서 유학 중인 중국 학생들을 납치한 것처럼 속여 그들의 부모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가상 납치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사기단은 학생들을 꾀어 납치한 듯한 연출 사진을 강제로 찍도록 한 후 휴대전화 등을 통해 부모들에게 보내 돈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수백만 달러를 편취했다고 BBC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은 최근 가상 납치 사기가 잇달아 발생해 중국 당국 및 대학과 공조해 중국 유학생들에게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올 한해만 이같은 사건이 8건이나 발생했으며 피해액만 320만 달러(한화 약 38억원)에 이른다.
중국어를 구사하는 이 사기단은 호주 내 중국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이들에게 전화해 중국 대사관이나 영사관, 경찰 관계자를 사칭했다.
사기단은 학생들에게 중국에서 일어난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신분이 도용당했다고 속인 뒤 경찰에 체포되거나 추방되지 않으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며 해외 계좌로 돈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학생들에게 가족이나 친구와 연락을 끊고 호텔로 숙소를 옮기라고 지시한 뒤 손발이 묶여있거나 눈가리개를 써 마치 감금된 듯 연출한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강요했다. 사기단은 이렇게 넘겨받은 사진을 중국에 있는 부모에게 보낸 뒤 거액을 몸값으로 요구했으며 더는 돈을 받아낼 수 없을 때까지 협박을 계속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부모는 딸이 재갈이 물린 채 묶여있는 사진을 보고 200만 달러(23억8천만원)를 송금했다.
이 부모는 호주 경찰에도 연락했으며 한 시간 뒤 시드니 호텔에서 다친 곳 없이 혼자 투숙 중인 딸을 발견했다. NWS주 경찰은 "호주에 공부하러 온 외국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고, 처음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떨어진 경우가 많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또 사건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가족을 위험으로 몰아넣었다는 생각에 정신적 외상을 앓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관리라고 주장하는 전화를 받고 의심이 가면 시드니 중국 영사관에 전화하거나 학교, 경찰에 연락해 조언을 받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