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용 이메일' 만든 조국…"허위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좌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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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28일 채널A 현직 기자 경찰에 고소
2013년 트위터엔 "공적 인물에 대한 제멋대로 검증도, 야유와 조롱도 허용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며 채널A 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전·현직 기자를 상대로 한 두 번째 형사처벌 요청이다.조 전 장관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허위내용을 보도한 채널A 조XX 기자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경찰청에 접수했다"며 "지난해 12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지만 채널A가 거부해 형사처벌을 구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문제 삼은 보도는 지난해 11월 29일 채널A가 단독 보도한 '조국-송철호, 선거지 울산 사찰 함께 방문'이라는 제목의 뉴스다.
해당 보도는 조 전 장관이 2018년 6·13 지방선거 직전 울산에서 송철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를 만났고, 송 후보와 함께 울산의 한 사찰을 방문했다는게 골자다. 또 사찰을 방문한 자리에서 큰 스님에게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임 중이었다.이에 조 전 장관은 "모두 허위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조 전 수석이 2018년 선거 전후로 울산에 온 사실조차 없다'고 밝혔다"며 "해당 기자는 보도 전에 나에게 어떤 사실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반면 채널A 기자는 당시 보도에서 "채널A는 조 전 장관에게 당시 만남에 대해 묻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고소는 조 전 장관이 전직 월간조선 기자에 이어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형사고소다. 월간조선 우 모 기자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관여했다고 허위보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기자는 지난 17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은 우 전 기자에 이어 조 기자에게 손해배상 소송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두 허위주장은 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을 물론이고 민정수석으로서 업무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앞서 23일 조 전 장관은 자신에 대해 허위·과장 보도를 한 기사나 유튜브 영상, 댓글 등을 제보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관련된 허위 과장 보도 자료를 학교 이메일로 보내준다"며 "별도 관리를 위해 이하 계정을 열었다"며 제보용 이메일 주소를 올렸다. 그는 "(보도와 유튜브 영상 등을) 검토 후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도 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의 딸 조 모씨에 대해 모욕성 글을 써서 올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도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26일 경남 양산경찰서는 조씨를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악성 댓글을 올린 혐의(모욕죄)로 일베 회원 4명을 울산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조 전 장관 가족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조씨를 외설적으로 모욕한 댓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은 "피의자들의 이런 행위는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넘어서는 중대하고 심각한 인격침해 행위"라며 "이들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조 전 장관이 언론 등을 상대로 연이어 고소에 나선 것은 '아니면 말고'식 언론 보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20일에도 페이스북에 "지난해 하반기 저와 제 가족 관련해 엄청난 양의 허위 과장 추측 보도가 있었지만 청문회 준비, 장관 업무 수행, 수사 대응 등으로 도저히 (허위 보도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제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 기사를 하나하나 찾아 모두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 전 장관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 전 장관은 2013년 트위터에서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공인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된다" "편집과 망상에 사로잡힌 시민도, 쓰레기 같은 언론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 특히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제멋대로의 검증도, 야멸찬 야유와 조롱도 허용된다"고 말한 바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