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불 vs 18만불…한국車 생산성 '독일의 절반'

자동차산업연합회 포럼

매년 임단협 때마다 습관성 파업·분규

노동생산성 격차 갈수록 커져
한국 8년간 年 3% 넘게 하락
독일은 평균 4% 이상 상승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이 독일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격차도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강성 노조가 생산 유연화를 가로막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노조의 습관성 파업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장 생산직조차 임금 및 단체협상 주기를 연장하는 등 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요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車생산성, 멕시코·체코에도 뒤져

한국생산성본부는 28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주최한 ‘산업발전포럼’에서 국가별 자동차산업 노동생산성을 발표했다. 2011~2018년 한국의 평균 노동생산성(근로자 1인이 1년간 생산하는 부가가치)은 9만3742달러로, 독일(17만8867달러)의 절반 수준(52.4%)에 그쳤다.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10위를 기록했다. 이 중 프랑스(2위) 멕시코(6위) 미국(7위) 스페인(8위) 체코(9위)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은 모두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 제조사들이 신규 공장의 입지를 정할 때 한국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정 물량을 두고 수주 경쟁이 붙을 때도 한국에 있는 공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독일의 생산성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독일의 생산성은 평균 4.2% 높아졌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3.1% 낮아졌다. 국내 다른 업종과 비교해도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경직된 생산구조와 잦은 파업에 따른 생산공백 등이 생산성을 낮추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급변하는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국내 완성차업체는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물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며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산직도 “물량 조절 경직적” 지적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완성차 및 부품업체 임직원 6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전체 답변자의 절반가량인 47.3%는 시장변화에 따른 생산물량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잘 되고 있다”는 답변은 20.4%에 그쳤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이자 노조의 주축인 생산기술직만 떼어놓고 보면 53.0%가 “물량 조절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산물량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생산기술직의 41.9%가 ‘노조와의 협의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중 상당수(36.0%)는 수요 급증에 따른 생산인력 추가 투입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도 노조를 지목했다.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공장별 생산물량을 늘리거나 줄일 때마다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2017년 회사가 2017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기존 생산라인 외 다른 라인에서도 제조하려 한다는 이유로 생산설비를 쇠사슬로 감은 적이 있다.

노조의 습관성 파업을 막기 위해 임단협 주기를 늘리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적절한 임단협 주기를 묻는 질문에 생산기술직의 80%가량이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처럼 “1년마다 교섭해야 한다”는 답변은 22.2%에 그쳤다. 이 밖에 51.3%는 2년마다, 19.7%는 3년마다 하자고 응답했다. 나머지 6.8%는 4년 이상으로 늘리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동차업체 노조는 매년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고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월 기본급을 12만원 올리고, 지난해 당기순이익(3조1856억원)의 30%를 전 직원 및 사내협력업체 직원에게 나눠주라고 요구했다. 적자 위기에 내몰린 한국GM 및 르노삼성 노조도 기본급 인상과 일시금 지급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정 회장은 “임단협 주기를 늘리자는 의견이 많은 것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집행부는 자신들의 이념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