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최악 치달아도…'입 다문' 금투협에 싸늘한 시선

현장에서

나재철 회장 뒤늦은 대국민 사과
금투협에 불만 쏟아낸 운용사
"대책 마련 요구에도 수수방관"

전범진 증권부 기자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나재철 금투협 회장은 자산운용사 의장단 및 펀드판매사,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무관리사, 펀드평가사 임원들과 함께 기자실을 찾았다. ‘사모펀드 신뢰 훼손과 관련한 펀드업계의 입장과 각오’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이어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에 이르기까지 투자자 및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준법감시인 교육 강화, 회원사 대상 서면조사 등 몇 가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들리지 않았다. 기자들은 몇몇 질문을 하려 했으나 나 회장은 발표 후 곧장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언론 앞에 섰지만 사실상 침묵한 셈이다.금투협의 침묵은 올 들어 계속되고 있다. 한 전문사모운용사 대표는 “작년 말 라임 환매 중단이 처음 발생했을 때 운용사 사장단이 협회 측에 시장의 불신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협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전체 개방형 펀드 가운데 비유동성 사모사채 비중은 1%도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위험한 상품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금투협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까지 방관하다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다고도 했다.

협회가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가교 역할이다. 업계와 정부, 업계와 언론, 업계와 시장 등을 이어줘야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정부 당국이 올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부터 금융투자 세제 개편까지 각종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렇다 할 반론도 제기하지 않았다.금투협은 312개 정회원사로 구성된다. 그중 75%에 해당하는 237곳이 자산운용사다. 그래서 불만의 소리가 더 큰지도 모른다.

금투협이 나 회장 취임 후 사모펀드 환매 중단 등 감당하기 힘든 사태를 겪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협이 지닌 자율규제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없었던 상황도 이해할 만하다.

나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사를 통해 “그간 협회가 조율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던 데서 나아가 적극적인 협상자이자 중재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협력하고, 긴밀히 소통해 없어도 될 규제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통해 회원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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