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균형개발, 경쟁·혁신 막는 정치를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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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은 경제활성화 산물부산에서 규모가 제일 큰 르노삼성을 강성 노조가 장악하고 파업을 벌일 때 부산시장은 이들을 두둔했다. 군산 경제를 이끄는 한국GM이 문을 닫을 판인데 군산시는 노조 편들기에 급급했다. 창원은 물론 경남 일대의 일자리와 직결된 두산중공업이 탈(脫)원전으로 쓰러지는데도 창원시장과 경남지사는 생색내기 특혜 예산으로 불만 달래기에 바빴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청년수당을 준다고 하니까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따라갔고 심지어 농민수당까지 지급했다. 대부분 재정자립은 고사하고 정부 지원이 없으면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할 지자체인데도 말이다.
국면전환용 '행정수도 이전' 접고
지역 산업기반 제조업을 살려야
김태기 <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며 문재인 정권은 지방분권 시대를 선언했지만, 지방분권은커녕 권력의 중앙집중을 넘어 청와대가 지자체의 목줄까지 틀어쥔 형국이다. 중앙정부의 규제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데, 돈으로까지 좌지우지하면서 현 정권과 가까운 지자체에는 재정지원이 넘쳤고 그 돈은 지방 일부 세력의 이익에 따라 흘렀다. 나라 경제는 기울어지고 있고, 문 정권의 눈 밖에 난 지방경제는 붕괴하고 있다. 지방에 타격이 더 큰 ‘소득주도성장’과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를 키운 부동산정책이 주요 원인이다. 문 정권의 ‘부동산 정치’는 고위공직자들의 위선을 보여줬고, 주택 수요를 억제한다며 던진 ‘대출 규제 폭탄’과 ‘세금 폭탄’은 청년층과 겨우 집을 장만한 보통사람들에게 떨어졌다.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지 생뚱맞게도 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무현 정권은 행정수도 이전 카드로, 전임자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집권 연장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과 지방의 균형개발을 내세웠지만 실패했다.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서울과 광역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012년 69.1%에서 2017년 67.0%로 낮아지다가 2020년 60.9%로 문 정권 3년 사이에 6.1%포인트 떨어졌다. 세종시 이전으로 세종시 부근 지역만 발전했을 뿐이다.
경제성장률을 2012년부터 이전(以前) 3년과 이전(移轉)이 완료된 2016년부터 이후 3년을 비교하면 이전(以前)의 전국 평균은 4.3%인데, 서울은 2.7%로 훨씬 낮았다. 그 이후 서울은 2.8%로 변화가 없지만 전국은 2.9%로 뚝 떨어졌고 울산, 경남, 경북은 평균 0%대, 부산과 전북 등도 1%대 성장에 그쳤다.
서울과 지방 그리고 전국을 균형개발하려면 포퓰리즘 ‘꼼수정치’부터 추방해야 한다. 서울이 “천박하다”는 여당 대표의 발언은 지방을 피해자로 부각시켜 선거에서 이기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수법이다. 이미 한 번 쓴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세종시 이전이 균형개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을 국민이 잘 모르고, 행정수도 이전으로 재정자립도가 떨어지고 성장이 멈춘 사실을 지자체장이나 지역 국회의원들은 알아도 반대하면 반개혁으로 몰릴까 봐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균형개발을 위한 ‘진짜 정치’는 경제부흥에 있다. 제조업 방치와 서비스업 규제로 경쟁과 혁신이 사라지고, 중국의 급성장 등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에 지방경제가 담을 쌓도록 만든 정치를 싹 바꿔야 한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에 의하면 제조업 경쟁력이 한국은 세종시 이전(移轉) 전인 2010년 3위에서 이전 후인 2020년에 6위로 추락했다. 반면 미국은 4위에서 1위로, 일본은 6위에서 4위로 올라갔다.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2분기 -3.3%)으로 주저앉고, 실업률(6월 체감실업률 13.9%)이 위험수위를 넘은 핵심 이유도 제조업 몰락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지방은 제조업이 산업기반이기 때문에 제조업 몰락은 지방의 인구유출과 상권 붕괴로 이어진다. 나라를 망치는 적은 내부에 있다. 국민은 수도 이전이 아니라 경제부흥을 요구한다. 수도 이전 논쟁으로 나라를 또 분열시켜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