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대법 판결에 주민소송단 "전향적 판결" 환영

대법, '지자체 도입 민간투자사업 주민소송 대상' 첫 판결
용인시 "예상 못 한 결과…파기환송심 대응하겠다"

막대한 세금 낭비 논란을 빚은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29일 판결에 대해 소송 당사자인 경기 용인시 주민소송단은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피고인 용인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파기 환송됐기 때문에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 주심 1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이정문·서정석·김학규 씨 등 전직 용인시장 3명과 정책보좌관 박모 씨 등 관련자들을 상대로 낸 1조원대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소송단이 제기한 주민소송이 적법하지 않다며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대부분 취소하고 주민소송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다.

원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주민소송이 감사청구와 관련이 있는 것이면 충분하고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오류가 있는 용역보고서를 제출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손해배상 책임 역시 주민소송 대상으로 명시된 '재무회계 행위'와 관련됐다고 보고 주민소송대상이라고 명시했다. 지자체의 민간투자사업 전반을 '재무회계 행위'로 판단하고 예산을 낭비한 지자체장·지자체와 사업 관계자를 상대로 주민소송을 해 낭비된 세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005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판결 직후 주민소송단 측은 "용인경전철은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탄생했고, 그 손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면서 "이번 판결은 이정문 전 시장(2002∼2006년 재임)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행위에 대해 책임추궁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주민소송단 관계자는 "김학규 시장도 연대해 배상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지방행정의 감독에 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이 주민소송이라는 의미를 확립하도록 파기환송심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승소 가능성에 무게를 둔 용인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 관계자는 "2심에서는 주민에게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지자체의 책임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이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면서 "대법원판결을 잘 파악해 파기환송심에서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경전철사업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용인시는 경전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는 것이 확정될 경우 김학규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이었던 박 모 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경전철은 2010년 6월 완공됐지만, 용인시와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가 최소수입보장 비율(MRG)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인 탓에 2013년 4월에야 개통했다.

용인시는 시행사와 벌인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이자를 포함해 8천500억여원을 물어줬다.

2016년까지 운영비와 인건비 295억원도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경전철 하루 이용객은 한국교통연구원 예측에 한참 못 미쳤고 이는 용인시의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이에 시민들은 2013년 10월 당시 김학규 시장과 정책보좌관이었던 박모 씨 등을 상대로 1조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 소송을 냈다.

1심은 주민소송의 경우 주민감사 청구를 한 경우만 제기할 수 있는데,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했다.

당시 시장과 사업 책임자들의 고의·과실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박씨의 일부 책임은 인정해 5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사실상 원고가 패소한 셈이다. 2심은 박씨의 과실 책임을 더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10억2천500만원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주민소송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