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1건…관리종목 지정 '경보음'

실적 악화로 평년의 2배로 증가
감사의견 비적정 21건으로 최다
올해 주식시장의 관리종목 지정 건수가 평년의 두 배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경기가 나빠진 데다 ‘신(新)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관리종목 지정 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년이 지나도 해당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종목에 대한 관리종목 지정 건수(사유추가·우선주·스팩·리츠·펀드 제외)는 51건으로 집계됐다. 관리종목 지정 건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간 100건 이상으로 치솟았으나 2014년 56건으로 떨어졌다. 이후 2018년까지 연 46~64건으로 유지됐다. 올해는 중반이 막 넘긴 상황인데 이 정도 숫자를 벌써 채운 것이다.

지난해에도 91건으로 평년보다 많았다. 경기침체로 기업 실적이 나빠졌고, 외부감사인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 신외감법이 2018년 11월 시행돼 회계감사가 더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올해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감사의견 비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합계)이 22건(43.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 등 실적 부진이 14건(27.5%), 임직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 발생 4건(7.8%),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 기타가 11건(21.6%)이었다.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감사의견 비적정 문제도 알고 보면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실적이 나빠진 게 원인이 된 사례가 많다”며 “실적이 나쁘면 감사인에게 이를 감추기 위해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잘못된 자료를 주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절반 정도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상장폐지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는 작년보다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수출 관련주, 항공주 등을 중심으로 신규 지정 종목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