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남편이 캐디 해주는 첫 대회…즐겁게 치겠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출전…호주인 캐디는 코로나19 발 묶여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5개월간 휴식기를 가졌던 '골프 여제' 박인비(32)가 코로나19 덕분에 흔치 않은 기회를 잡는 행운도 누렸다. 바로 남편인 남기협 씨와 함께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박인비는 29일 제주도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부터 다음 달 브리티시여자오픈(AIG 여자오픈)까지 남편이 캐디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호주인인 기존 캐디가 한국과 영국에서 박인비와 호흡을 맞추려면 비자와 자가격리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 박인비는 남편에게 '임시 캐디'를 부탁했다. 박인비는 "남편과의 첫 대회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기 때문에 남편과 즐겁게 시간 보내면서 즐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더라면, 박인비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을 터였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지만, 내년 개최 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인비는 "1년 뒤에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림픽이 마음에 크게 있지는 않다"며 "일단 가까이 있는 대회에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뛰어난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랭킹 1위인 박인비와 유소연(30), 현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25)과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24), 올해 상반기에 KLPGA 투어 2승을 거둔 박현경(20), 루키로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하는 유해란(19), 부진을 떨쳐내고 상승세에 오른 김효주(25) 등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지난달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에서는 기대감이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쳤더니 우승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욕심도 있는데 욕심을 잘 다스려서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여자오픈까지 5개의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쥔 유소연은 영국 타이틀이 걸린 AIG 여자오픈에는 불참할 계획이라며 "내셔널 타이틀을 모으고 싶은 목표가 생기기는 했지만,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초청 선수로 나왔다가 깜짝 우승을 차지하고, 올해 정식 KLPGA 투어 신인으로 데뷔한 유해란은 "경기하면서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많다.

언니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잘 보면서 배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 5번 홀(파5)을 2타로 끝내며 KLPGA 투어 역대 7번째 앨버트로스를 기록한 이정은은 "기뻤지만, 앨버트로스 이후로 골프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앨버트로스를 행운이 따른다고 했는데, 그런 건 없었던 거 같다. 행운이 따랐으면 다음 날부터 따랐어야 했는데…"라며 대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웠다면서도 "영상에 소원을 비는 댓글이 많아서 재밌었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