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여자바둑, 골프처럼 남자 인기 뛰어넘을 날 올 것"

제25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개막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여자바둑 실력 이미 세계적 수준
한국바둑 부흥 마중물 역할 기대
9월초 '8인 리그' 대회 신설

4개월간 프로·아마 52명 겨뤄
최정 첫 4연패 도전…12월 결승
박지연 5단(앞줄 왼쪽)과 김은지 초단의 예선 1차전 첫 대국을 대회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문경민 하림 커뮤니케이션실 전무, 최정 9단,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사업국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여자 프로 바둑이 침체기에 빠진 한국 바둑계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57·사진)은 29일 열린 제25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개막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개최된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 프로 바둑대회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후원은 국내 닭고기 가공 1위 기업 하림이 맡았다.
프로 기사(9단) 출신인 양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제9대 한국기원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6대 사무총장(2011~2016)에 이어 두 번째 임기(9대)다. 그는 “한국 여자 바둑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여자 골프 인기가 남자 골프보다 높은 것처럼 여자 바둑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사무총장은 여자 바둑의 가능성에 일찌감치 투자했다. 2015년 여자바둑리그를 처음 제안했고 실행에 옮겼다. 리그 첫해 정규시즌 최다승을 거둔 오유진 7단(22), ‘바둑 여제’로 떠오른 최정 9단(24) 등 스타 탄생이 이어졌다. 양 사무총장은 “최정 9단이 남자 기사들을 꺾어도 사람들은 더 이상 ‘이변’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여자 기사들의 경기가 머지않아 한국 바둑 부활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대회를 가능한 한 많이 늘리는 것이 목표다. 양 사무총장은 “9월 초 새로운 스폰서와 함께 총상금 1억5000만원 규모의 8인 리그를 신설할 계획”이라며 “여자 대회 규모를 더 키워 사범들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지성미’를 바둑 팬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 9단은 이번 대회에서 대회 최초로 4연패에 도전한다. 2017년 제22기 대회 때부터 정상을 지킨 그는 지난해 오유진 7단에게 2-0으로 승리하면서 3연패를 달성했다. 최정은 2018년 23기 대회에서 이슬아 5단(은퇴)에게 승리를 거둔 이후 국내 여자프로기사를 상대로 57연승을 달리고 있다. 80개월 연속 여자 바둑랭킹 1위다. 올 시즌 여자바둑 정규리그에서 10전 전승을 올렸고 최근에는 ‘바둑황제’ 조훈현 9단(67)의 복귀전에 상대로 나서 17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제25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의 우승상금은 1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7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이다. 예선전에서 한국기원 소속 여자프로기사와 아마추어 등 48명이 12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실력을 겨룬 뒤 전기 시드 4명(최정 9단, 오유진 7단, 김혜림·이영주 3단)과 함께 본선 16강 토너먼트를 치른다. 결승은 3번기로 오는 12월 열릴 예정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