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안 팔면 인사불이익" 해도 너무한 부동산 정치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매각 압력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 참모, 중앙정부 2급 이상 고위공무원, 여당 국회의원에 대한 “1주택만 남기고 팔라”는 요구가 지방자치단체로까지 확산됐다. 그제 이재명 경기지사가 밝힌 “4급 이상 도(道)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의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은 거주용 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권고는 중앙정부보다 대상이 훨씬 넓다. 다주택자에게는 인사 불이익까지 주겠다니, 말이 ‘권고’이지 실은 ‘명령’인 셈이다.

이 지사는 “부동산은 심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가 정책에 관여하면 신뢰 확보가 어렵다”고 했다. 당·정·청 인사들의 ‘똘똘한 한 채’ 집착 행태가 정책 신뢰도에 큰 타격을 미친 선례를 봤을 때 나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인사권이란 ‘무기’까지 동원한 압박은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짙다.이 지사가 내놓은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이 대책은 그동안 이 지사가 주장해 온 부동산 가치 상승분을 불로소득으로 간주해 환수한 뒤 기본소득 지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기본소득형 토지세 도입’을 정부에 다시 건의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가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지만, 설사 그런다 해도 징벌적 ‘세금폭탄’으로 일관하다가 집값잡기는 실패하고 전셋값만 불 붙인 정부보다 더 과격한 방향이어서 부작용 우려가 크다. 다주택자를 적으로 간주해 갈라치기하는 ‘부동산 정치’ 아닌지 의심받을 소지도 다분하다.

때맞춰 여당 소속 주요 국회의원들도 지난 정권 때 일을 뜬금없이 꺼내들며 일제히 야당 공격에 나서 의구심이 더 커진다.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두관 의원은 2014년 말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부동산 3법(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재건축 조합원에 3주택 분양 허용)을 ‘강남 특혜 3법’이라며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정책실패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정치공세는 여당의 책임 있는 행태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국민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집주인과 세입자를 갈라치는 ‘부동산 정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터다.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의도라면 역풍만 거세질 공산이 크다. 여당이 이런 국민 정서를 못 읽고 부동산 정치에 집착한다면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을 자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