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아파트'처럼 '이재명 아파트' 나온다는데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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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물량 절반은 이미 공공인데
"경기도식 기본주택 50% 이상 짓겠다"

이 지시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경기도 기본주택’과 ‘임대조건부 분양’이 핵심이죠. 임대조건부 분양은 토지를 시행자에게 남기고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의 주택입니다. 기본주택은 30년짜리 장기공공임대죠. 기존 임대주택이 영세 서민 대상인 것과 달리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게 차이입니다. 이 지사는 3기 신도시 물량의 절반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구상을 세웠죠.그런데 택지별 주택공급 유형과 물량을 이 지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근차근 따져볼까요. 정부가 3기 신도시와 함께 발표한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의 25개 택지(왕숙1·2신도시는 따로 집계) 가운데 경기도나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시행자로 참여한 곳은 8개 택지 18만 가구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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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신축주택의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매입수요를 줄여야 집값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양질의 공공주택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말잔치보단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사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죠.오 전 시장은 재임 시절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란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재개발·재건축단지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공공주택을 짓게 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를 사들여 주변 임대료의 80% 수준에 공급하는 것이죠. 이름만 들으면 아는 강남 웬만한 아파트에도 이런 시프트가 있습니다. ‘오세훈 아파트’로도 불리죠. 무주택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공공주택이란 점에서 오 전 시장의 시프트와 이 지사의 기본주택은 맥락이 비슷합니다.
▶한국경제신문 2019년 6월 18일자 A27면 <중산층 장기전세 ‘오세훈 아파트’ 사라진다> 참조
그래서일까요. 오 전 시장은 이 지사 기본주택 정책을 공개적으로 응원하면서 박수까지 보냈습니다. 대권주자라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죠. 그런데 한때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오 전 시장의 시프트는 지금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보증금 수익은 제한된 반면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월세가 아닌 전세인 것도 SH의 현금흐름이 막히는 이유였죠. 이 지사의 기본주택 구상처럼 ‘너무 낮지 않은 임대료’ 때문에 공가도 많았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도 수요자들이 오히려 매매시장에 눈을 돌리게 했죠.국회에선 경쟁적으로 부동산이나 세금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죠. 이름을 알리려는 의원들의 심정을 모른 척 하고 싶지는 않지만 집값을 세금으로 때려잡을 묘안보단 창의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정책이 얼마나 영글었는지를 떠나서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