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美 경제, 코로나 못 막으면 '더블딥' 빠진다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제 관련 뉴스와 처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뉴스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의 곡선을 꺾지 못한다면 경제는 곧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아직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미국 경제는 몇 달 전보다는 나아 보인다. 지난 6월 미 실업률은 11.1%를 기록했다. 이에 만족해선 안 되지만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4월 실업률 14.7%에 비하면 눈에 띄게 좋아졌다. 5월과 6월 두 달 만에 75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고용도 사상 최대 폭으로 급증했다. 앞서 3월과 4월에 2220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지만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고용 시장 위축 등으로 3~4월 큰 폭으로 감소했던 소비 지출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그러나 한쪽에서는 전염병이 다시 크게 확산하고 있다. 6월 중순부터 미국의 하루 감염자 수는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다. 이런 공포가 확산되면서 많은 경제학자는 코로나19가 미국의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바이러스가 파고든 이후 ‘V 자’ 형태의 경기 회복 전망은 그럴듯했다. 그러나 만약 전염병이 제2의 물결로 확산돼 돌아온다면 우리는 쉽게 더블딥(경기 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불황을 겪을 수 있다.

그것이 내 걱정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미국은 코로나 2차 확산이 아니라 여전히 1차 발병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의미론일 뿐이다. 하루 확진자가 약 3만5000명에서 2만 명 정도로 감소했다가 6만 명 이상으로 치솟을 때 그것은 확실히 2차 확산처럼 보인다. 어떻게 부르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점점 더 병들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는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몇 가지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첫째, 일부 주는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무모하게 경제 활동을 재개했다. 돌이켜보면 그 엄청난 실수가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이 같은 오류는 사태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분명하다. 문신 시술소와 사람으로 붐비는 술집 등은 정말 필수적인 서비스였을까. 이런 경제 활동 재개 실수 때문에 사람들이 병과 죽음으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을 포함한 몇몇 주는 경제 활동 재개를 다시 철회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핫스폿’ 주들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5월 하순 수준으로 빠르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둘째, 핫스폿이 아닌 다른 많은 주마저 전염병의 재확산 두려움 때문에 그들이 단계적으로 경제 활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중단하거나 늦추고 있다.

셋째,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업주와 소비자는 정부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아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문을 닫고 집에 머물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지사가 부분적 또는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명령하기 전인 지난 3월 문을 닫은 상점이 늘었고 재택근무도 확산됐다. 여행과 외식 등 관련 지출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일이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슬프게도 대부분의 주를 의미한다. 쇼핑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소비자는 경제를 견인한다. 만약 운전자가 차를 차고에 보관해 둔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도 알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학교 시스템의 준비와 무관하게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또 보건 전문가들과 의견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까지 마스크를 쓰는 것을 거부하고, 지지자를 위해 광범위한 행사를 열고, 코로나19 검사가 너무 많다고 불평했다. 더 많은 보호 장비와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며, 전염병이 어떻게 통제되고 있는지에 대해 거짓말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추측으로는 그가 두 가지 면에서 모두 틀렸다. 그의 무모함은 경제를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침체시킬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자료를 보면 대통령의 재선 전망에도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 대처에 대한 그의 지지율은 최악이다. 미국 사람들은 그런 인물을 뽑지 않는다.원제=The Economy Won’t Get Healthier While America Gets Sicker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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