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힘 빼는 與…국정원 대공수사권 없애고 檢 권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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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권력기관 개혁 합의국가정보원이 21년 만에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이 바뀐다. 또 국내 정보와 대공수사권이 직무 범위에서 제외되는 등 역할이 대폭 축소된다. 정부·여당이 검찰, 경찰에 이어 국정원까지 사정기관 ‘힘 빼기’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월까지 관련 법 개정
국정원, 21년 만에 '개명'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꿔
국내 정치 참여 엄격 제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0일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 참여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오는 11월까지 관련 법 개정을 마칠 계획이다. 이날 협의회에는 정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청와대에선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등이 자리했다.
국정원 21년 만에 명칭 바뀌어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정원으로 개편된 건 1999년 김대중 정부 때다.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범한 이후 안기부, 국정원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 21년 만에 명칭이 네 번째 변경되는 것이다.업무도 제한된다. 당·정·청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참여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국내 정보 및 간첩조사 등이 포함된 대공 수사권을 삭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과도한 국내 정보 수집을 통해 정치에 관여해왔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국회 정보위원회와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국정원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감찰실장 직위의 외부 개방, 집행 통제 심의위원회 운영 등 내부적 통제 역시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기관의 정치 참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 처벌 강화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박 국정원장은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국정원 개혁의 골자는 국내 정치 개입 근절과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국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라며 “국정원법 개정 등 신속 추진 방안을 모색해 국민이 믿는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권력기관 개혁은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국민이 부여한 시대적 소명”이라며 “핵심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과거 국민 위에 군림했던 권력기관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혁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당·정·청은 경찰개혁 핵심 과제인 ‘자치경찰제’는 경찰조직 내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일원화 모델’로 변경해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별도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형태의 이원화 방안에서 사실상 후퇴한 것이다.이에 따라 경찰 조직은 ‘한 지붕 세 가족’ 형태가 될 전망이다. 경찰청장이 지휘하는 행정 업무,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하는 수사 업무, 시·도경찰위원회가 지휘하는 자치경찰 업무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자치경찰 업무는 생활안전과 민생치안 등 주민밀착형 업무를 도맡는 게 핵심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을 예방하려던 목표는 놓치고 혼선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당·정·청은 자치경찰 조직 신설에 따른 비용 과다와 업무 혼선 등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재정 투입에 따른 국민적 우려도 감안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잘 준비해서 지휘체계 혼란 등의 우려가 안 생기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권한은 대폭 줄어들게 됐다. 올해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이미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군으로 제한됐다.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선 공직자 범죄에서의 공직자 범주를 4급 이상 공무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출범을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급 이상 공무원 수사를 전담할 예정인 만큼 검찰은 사실상 소수의 4급 공무원만 수사할 수 있게 된다.또 부패범죄 중에선 수수액이 3000만원 넘는 뇌물사건, 경제범죄 가운데선 피해액이 5억원 넘는 횡령·사기·배임 사건에 대해서만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인권 보호 및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돼선 안 된다”며 “대통령령이 확정될 때까지 조정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정지은/이인혁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