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빌 캠벨' 없었으면 오늘날 애플·구글·아마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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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캠벨: 실리콘벨리의 위대한 코치2016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애서턴의 한 고등학교 풋볼 경기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75세에 암으로 타계한 빌 캠벨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추모객 중에는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 애플 CEO인 팀 쿡,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 루스 포랫 등 미국 기술산업을 이끄는 리더 수백 명도 있었다.
에릭 슈미트·조너선 로젠버그·앨런 이글 지음 /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276쪽│1만7800원
실리콘밸리 CEO들 '숨겨진 경영스승'
조언해준 기업마다 시총 1조달러 돌파
캠벨은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미트와 저커버그, 베이조스, 잡스, 팀 쿡 등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 수장들의 숨은 경영 스승이었다. 막후에서 애플과 구글, 금융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성공을 도왔던 ‘기업 코치’기도 했다. 그는 매주 일요일에 슈미트와 스티브 잡스와 산책했고, 그를 경영 스승으로 삼은 구글 창업자들은 매주 그의 사무실을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2000년 아마존에서 해임될 위기에 처했던 베이조스를 구하고, 2004년 구글 이사회 의장직 사임을 요구받아 퇴사를 결심했던 슈미트를 설득한 사람도 캠벨이었다. 슈미트는 “캠벨이 없었다면 애플도, 구글, 아마존도 지금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이 조언하는 기업마다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해 실리콘밸리에선 그를 ‘1조달러 코치(trillion dallar coach)’라고 불렀다.슈미트와 구글 임원인 조너선 로젠버그, 앨런 이글이 베일에 싸여 있던 캠벨의 삶과 리더십을 기록한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의 원제도 ‘1조달러 코치’다.
구글은 캠벨 사후에 그의 경영 조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빌 캠벨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슈미트와 로젠버그, 이글은 바쁜 와중에도 의기투합해 캠벨에게서 얻은 지혜와 지식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책을 내기로 했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사례를 담기 위해 캠벨과 함께 일했던 80여 명을 직접 인터뷰했다.저자들에 따르면 대학 풋볼팀 선수이자 코치 출신인 캠벨은 39세에 광고대행사에 입사하며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필름회사 코닥을 거쳐 애플의 마케팅 임원에 올랐다. 그는 팀 스포츠의 승리 공식을 비즈니스에 이식해 애플과 구글 등에 ‘팀플레이 문화’를 조성했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캠벨의 경영 철학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사람이 먼저’라는 원칙이다. 그는 기업 리더들에게 “나를 밤잠 설치게 하는 것은 ‘부하직원들의 안녕과 성공’뿐”이라며 “모든 구성원을 귀중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철학은 미국 보스턴칼리지 풋볼팀 코치 시절에 시작됐다. 냉철한 강단 대신 지나친 연민을 지닌 코치였던 그는 ‘선수들이 먼저’라는 원칙으로 자신의 결정을 모든 선수에게 이해시키려 했다. 저조한 성적 탓에 풋볼팀 코치 이력은 짧게 끝났지만 ‘일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캠벨의 성향은 이후 기업에서 탁월하게 발휘됐다. 그는 리더들에게 직원들의 업무뿐만 아니라 삶에도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구글에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스몰토크’(사적 대화)로 회의를 시작하는 ‘여행 보고서’ 문화를 정착시킨 것도 ‘동료애’를 북돋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였다.
두 번째는 ‘공동체로서의 팀’이다. 풋볼 선수로는 177㎝에 75㎏의 작은 체구였던 캠벨은 컬럼비아대에서 최우선순위를 ‘팀’으로 두고 경기를 운영해 모교의 아이비리그 풋볼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그는 “모든 선수가 함께 움직였고 노련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코치가 돼서도 ‘공동체로서 팀’을 강조했다. 바로 팀원들의 관심사를 한데 묶고 차이점을 제쳐두는 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회사의 이익에 몰입하는 팀이다.캠벨은 이런 팀을 만들기 위해선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리더들에게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안전하다는 확신’이다. 그는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보여도 괜찮은 관계를 맺었고 동시에 상대에게도 투명함을 요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 직원은 더욱 팀에 헌신하고 팀의 성과를 위해 개인 성과를 포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저자들은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수평적 문화는 캠벨의 유산”이라며 “그가 남긴 공동체 정신, 존중의 문화, 협력의 커뮤니티는 지금도 실리콘밸리 혁신의 원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