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서울시에 맞서 임대주택용 토지거래 불허

SH공사의 노인·행복주택 계획에 제동…"청년층에 저렴한 분양주택 늘려야"
서울 서초구가 서울시 개발 계획에 반기를 들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신청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불허했다.서초구는 SH공사가 이달 15일 제출한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우면동 92-6번지) 일대 토지거래허가 신청에 대해 토지이용 목적이 관련 법에 적합하지 않아 불허가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상 약 78%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된 땅으로, 부지 소유자는 한국교육개발원이다.

구에 따르면 SH공사는 이 땅을 매입해 44년 전 지어진 기존 건축물(1만4천855㎡)을 리모델링해 노인복지주택(임대) 등으로 활용하고, 주차장 부지(약 7천700㎡)는 제1종일반주거지역에서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시켜 7층 높이의 행복주택(246호) 등을 조성해 공공임대주택 총 344세대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서초구는 이번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불허한 배경으로 그린벨트를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와 임대주택 일변도의 서울시 주택공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4년 전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던 민간사업자에 부동산을 매각하려 했을 당시 서울시가 개발제한구역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허한 전력을 들어 "개발제한구역을 보존하겠다는 서울시의 일관된 정책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구는 지적했다.

또 주택공급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청년·신혼부부 주택공급을 '청년분양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서초구의 대안은 공공임대주택을 20% 정도 공급하고 나머지 80%는 시가의 70∼80% 수준으로 청년층에 분양하자는 것이다.

저렴한 분양가로 인해 촉발되는 '로또 분양'을 방지하기 위해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활용, 주택 매각 시 거주 기간과 자녀 수에 따라 시세차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구는 덧붙였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공공이 오랫동안 훼손해 사용한 종전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의 개발제한구역 부분은 원상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장 원상회복이 어렵다면 지역주민들을 위한 기반시설로 활용하다가 점진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그는 임대주택의 대안으로 제시한 청년분양주택에 관해서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청년분양주택을 저렴하게 많이 공급해 젊은이들이 세입자가 아니라 '내 집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그린벨트 안에 있는 기존 건물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안이었을 뿐, 녹지를 훼손하는 내용은 아니었다"며 "서초구가 제안한 청년분양주택 공급 방안에 관해서는 서울시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