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로존 '최악 성장률'…"2차 팬데믹이 V자 반등 발목"

주요국 2분기 GDP 발표

美, 2분기 연율 기준 -32.9%
프랑스, -13.8%로 역대 최저
유로존도 -12.1% 최대 감소폭

"3분기 급반등 어려울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경제에 미친 타격이 숫자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이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하나같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활동 봉쇄 외엔 전염병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던 탓이다. 다만 각국 정부가 제한적이나마 봉쇄령을 풀고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V자’형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이어 유럽도 ‘바닥 추락’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 이어 유럽 최대인 독일의 2분기 성장률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2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0.1% 감소했다. 1970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7%)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감소폭이 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투자와 수출, 개인 소비가 동시에 급랭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을 미국과 같은 연율 방식으로 계산하면 -34.7%에 달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2분기 성장률이 -13.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GDP는 올 2분기에 전분기 대비 12.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GDP 규모가 1995년 1분기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스페인 GDP는 18.5% 급감했다. 1936~1939년 스페이 내전 이후 최악의 경제 성적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1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로존이 성립된 1995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32.9%(전 분기 대비 -9.5%)로 집계됐다. 1947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특히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1분기(-5.0%)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통계상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 경기 침체로 간주돼서다. 2분기 중 2조달러가 넘는 전례없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없었다면 GDP 감소폭이 훨씬 컸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작년부터 경기 부진에 시달려온 멕시코도 올 2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17.3% 줄었다. 1995년 2분기에 기록했던 종전 최저치(-8.6%)를 두 배 넘게 밑도는 수치다. 홍콩 정부 역시 2분기 GDP가 작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974년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악이다.

“최악 지났다” 관측에 힘 실려

올해 3분기부터는 주요국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실적이 워낙 나빴던 데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더라도 각국 정부가 종전과 같은 대규모 봉쇄령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다.

각국이 적극적인 경기 진작에 나선 점도 향후 경기를 낙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상반기 2조달러에 이어 추가로 1조달러 이상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마련 중이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7500억유로 규모 경제회복 기금을 조성하기로 최근 합의했다.일각에선 미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이 대통령 선거(11월 3일) 직전 발표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장률 제고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비영리 조사연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3분기 미국 GDP가 연율 기준으로 20.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 등 주요국의 3분기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하더라도 급격한 ‘V자형’ 반등은 아닐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웰스파고은행은 30일(현지시간) 언론에 배포한 보고서에서 “3분기엔 미국이 연율 기준 18%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건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린지 피에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실업이 다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3분기에 성장률이 일시 반등하더라도 중·장기적인 하강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