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전쟁 시대…'라이더 모시기' 불 붙었다

배달·유통업계 '라스트마일' 사활
편의점·화장품숍까지 배송서비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배달업계에서 배달 기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이 31일 서울 중구 퇴계로를 달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배달·유통업계에 ‘오토바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식당과 매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음식과 물건을 받아보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음식 배달과 퀵서비스에 주로 쓰이던 오토바이는 화장품·간편식품·휴대폰 배송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배달 물량이 폭증하는 데 비해 배달기사는 부족한 상황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체 바로고가 지난 6월 수행한 배달 건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5.1%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편의점 등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곳까지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요청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배달앱 업체들은 빠른 배송을 위해 오토바이 물류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은 배달 한 건에 최대 2만원을 기사에게 지급하며 오토바이 물류망을 빨아들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반격에 나섰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기사에게 지급하는 평균 수수료를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라이더스의 배달기사를 1000명 더 확충하기로 했다.

‘라스트마일(최종 구간)’ 배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온 기업들도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토니모리 등 길거리 매장이 주요 판매처이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은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했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더 빠르고 편하게 물건을 받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해법으로 이륜차 물류망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 모세혈관' 장악한 오토바이…바로고·메쉬코리아 '몸값' 씽씽
라스트마일이 유통명운 가른다…더 빠른 배달에 사활

현재 배달 업계의 최대 화두는 ‘기사 쟁탈전’이다.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늘어나고 유통업체가 이륜차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며 기사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쿠팡,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우아한형제들 등 배달앱 업체들은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높이며 기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최근 배달 기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배달 수행에 드는 시간이 최대 40분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통신사·백화점도 오토바이 활용

배달 기사 수요를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배달 음식 주문 수 증가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월 이 앱으로 들어온 주문 건수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68% 늘었다고 31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하는 게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배달앱 후발주자들도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리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배달앱·퀵서비스에 주로 쓰였던 오토바이 물류망의 쓰임새도 넓어지고 있다. 오토바이는 복잡한 도심을 요리조리 이동하며 물건을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달해줄 수 있어 도심물류의 ‘핵’으로 꼽힌다. 트럭에 비해 한 번에 배송할 수 있는 물건은 적지만 휴대폰, 화장품 등 부피가 작은 제품을 싣는 데는 손색이 없다.

통신회사 KT는 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온라인으로 휴대폰을 개통하면 오토바이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7월 시작했다. 고객 주문을 접수한 인근 대리점이 배송 기사를 호출해 휴대폰을 보낸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도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토니모리, 랄라블라 등 화장품 브랜드도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앱에 입점해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2018년부터 업계 최초로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운영 중이다. 동대문 패션 스타트업 브랜디도 이륜차 물류 스타트업 체인로지스와 협력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배달대행 업체 몸값도 뛰어

배달대행 업체 A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접수된 배달요청 건수는 작년 동월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건 이상 배달한 기사 수의 증가율은 79.7%에 그쳐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배달을 시작한 기사 중 한 주 만에 그만두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설명이다. 업무가 위험하고, 숙련도가 높지 않아 예상했던 것만큼의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서다.

한국의 배달시장은 양면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소비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을 활용하지만 배달 기사는 배달대행 업체인 인성데이타(생각대로), 바로고, 메쉬코리아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우아한형제들(우아한청년들)과 요기요도 자체 프로그램을 쓰는 기사를 확보했지만 각각 2000명, 400명으로 최대 수만 명의 배달 기사에게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이들 업체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배달대행 업체에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은 최근 기업가치를 크게 올려 잡고 있다. 바로고는 지난해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1000억원으로 평가받았는데, 올해는 5000억원대를 인정받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성데이타도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기업 등이 입찰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