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돈 타령하는 남자친구 정 떨어져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남자친구와 오랜 시간 연애해 온 A씨는 "최근 들어 남자친구의 태도 때문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는 사연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A씨는 불편함의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했다. 시작은 두 사람의 연봉 차이였다고. A씨에 따르면 그는 긴 직장생활 끝에 좋은 기회로 스카우트되어 연봉이 훌쩍 뛰었다. 반면 남자친구는 코로나19로 회사 상황이 나빠진 탓에 올해 연봉이 동결됐다. 그렇게 A씨와 남자친구의 연봉 차는 1000만 원 이상 벌어졌다.이에 A씨는 "돈을 보고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연봉 차이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남자친구의 자격지심이다. 어떤 말을 해도 결국에는 돈 이야기로 끝이 나더라"고 토로했다.
"너무 바빠서 힘들다."
"그 정도 돈 받으면 힘들어도 참고 해야지."

"아 이거 사고 싶은데 고민돼."
"충분히 살 능력 되잖아. 돈 많이 받으니까 사면 되지 뭘 고민해."

"같이 테니스가 클라이밍 배워보는 거 어때?"
"너나 그럴 여유가 있지. 난 돈 없어서 안 돼."

A씨는 그간 있었던 여러 사례를 전하며 "'이런 식의 대화가 자꾸 반복되다보니 이젠 짜증이 나려 한다. 굳이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남자친구는 항상 저렇게 말한다"며 답답해했다. 그가 공개한 메신저 대화에도 "나는 돈 없는 거지니까 쓸모없을 수 있겠다", "돈이 인생의 전부다", "돈 없으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등 남자친구의 자조 섞인 말들이 담겨 있다.A씨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양가 부모님들도 서로 만난 상태인데 남자친구의 태도에 지치고, 정이 떨어지려고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인지 당최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난 친구 사이라도 저런 사람 있으면 손절한다", "연애한 시간을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더 존중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세상에서 제일 답 없는 게 자격지심과 열등감이다", "서로 상처 받고 상처 주면서 만나지 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야겠네", "듣자마자 피곤해지네요", "결국 돈 달라는 얘긴가", "계속 돈 얘기하는 거 답 없음", "예전부터 둘 다 돈 얘기를 많이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길", "남자친구의 고민은 진지하게 들어보셨는지", "서로 어긋난 감정이라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연인 사이에서도 돈과 관련된 문제는 단연 민감한 부분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 결혼정보회사가 20·30세대 미혼남녀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 비용으로 연인과 다툰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3.2%를 차지했다.이들은 연인과 다툰 이유로 '내가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것을 당연시 여겨서'(35.8%)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고만 해서'(25.8%) '수입이 같지 않은데 비용을 정확히 절반씩 부담하려 해서'(18.2%) 등을 꼽았다.

심지어 성인 10명 중 3명은 돈 문제로 만남을 기피하기도 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9%는 '데이트 비용이 부담돼서 데이트를 미룬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데이트 비용 문제로 연인과 헤어졌거나,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응답자도 19.1%에 달했다.

연인 간에 돈으로 인한 갈등이 잦아지면서 '데이트 통장'도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정해진 금액을 각각 통장 계좌에 입금하고 데이트 시에 사용하는 것으로, 연인 관계에서 돈으로 발생하는 트러블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수단일 뿐, 불필요하게 악순환되는 커플 사이의 돈 이야기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양측의 대화와 노력이 따라야 한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서로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오해로 인한 다툼을 막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루고 전문가 조언도 들어봅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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