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의 뒤끝]① 1주일에 60% 초고금리 '작업 대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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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청소년 5년 새 16배로 급증…중고생 6.4%·학교 밖 청소년 21% '위험집단'
중독 청소년 표적 초고금리 대출 성행…"억대 채무 사례도"
[※ 편집자 주 : 청소년들 사이에 스마트폰을 연결고리로 한 온라인 도박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는 아이들이 도박에 빠지면 도박자금을 구하기 위해 초고금리의 불법 대출을 받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부업자들의 덫에 잘못 걸리면 감금·폭행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 도박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은 희박하고 청소년을 도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도박 중독과 그 후유증의 실태를 짚어보고 대책을 모색하는 4건의 기획 기사를 마련해 송고합니다.
] 탐사보도팀 = 고등학생인 A군은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해 하루에 수십만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판돈을 크게 걸지 않았지만 운 좋게 하루에 200만원을 딴 이후 깊숙이 빠져들었다.
일주일에 5만원인 용돈을 한 달 간 모았다가 한꺼번에 베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잃는 돈이 점점 더 많아졌다. 돈이 없었지만 잃은 돈을 되찾겠다는 생각, 몇번만 베팅하면 잃은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나깨나 머릿속을 맴돌았다.
중독이었다.
결국 A군은 돈을 빌려준다는 학교 선배를 소개받았다.
그 선배는 비슷한 또래 아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는 속칭 '작업 대출'(작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A군은 일주일에 원금의 50%를 이자로 내는 조건으로 20만원을 빌렸다.
선이자 10만원을 떼고 A군이 당시 손에 쥔 돈은 10만원. 비싼 대가를 치른 돈이지만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선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몇 달 만에 갚아야 할 돈이 200만원까지 늘었다.
돈을 빌려준 선배는 A군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하는 등 거칠게 빚 독촉을 했다.
결국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고 판단한 A군은 부모님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받았다. ◇ 도박 상담 청소년 5년 새 16배로 급증…중고생 도박 위험집단 6.4%
청소년이 주로 하는 온라인 도박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서 적발과 단속이 어려운 것은 물론, 학생들이 주로 학교 밖에서 도박하기 때문에 실태 파악도 쉽지 않다.
또 학생들은 학교나 집에 도박 사실을 알리지 않는 데다, 적발되더라도 일반적인 게임이라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박 중독 상담 실적을 통해 청소년 도박의 실태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상담자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 중독 관련 상담 청소년 수는 2014년 89명에서 2019년 1천459명으로 불과 5년 새 1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또 이 센터의 지난 2018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재학 중인 청소년 중 도박 위험집단 비율은 6.4%,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는 도박 위험집단 비율이 무려 21%에 달했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100명 중 6명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는 20명 이상이 도박 중독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도박 청소년 대상 '작업 대출' 성행…1주일 이자율 60%
청소년들은 대개 소액의 용돈으로 도박을 시작한다.
용돈이 바닥나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 돈을 타내고, 그 후에는 주위에서 돈을 빌리거나 도박 비용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게 상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돈에 목마른 도박 중독 청소년을 표적으로 한 불법 대출을 '작업 대출'이라 부른다.
고리의 이자를 받는 불법 대부업자라고 하면 흔히 조직폭력배를 낀 전문 고리대금 업자를 떠올리지만, 작업 대출의 전주(錢主)는 대부분 청소년이다.
학교 등에서 또래 아이들을 소개받아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에 광고를 내고 돈이 급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
십만원 단위의 소액을 빌려주는데 이자율은 대략 1주일에 60%다.
대부업법이 정한 최고 이자율 연 24%가 무색한 수준이다.
보통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받는데, 청소년들은 이 대출을 '3050 대출'이라 부른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작업 대출의 고객이었다가 어느 순간 돈을 빌려주는 전주가 되기도 한다.
도박 비용 마련을 위해 '돈놀이'에도 손을 대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돈거래는 금세 문제를 일으켜, 돈을 빌려주는 쪽도 빌리는 쪽도 부모와 함께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상황을 맞는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 모(18) 군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작업 대출을 해주고 빚 독촉을 하다가 경찰서에 불려 다닌 경험이 있다.
김 군은 "작대(작업대출)를 몇 개 돌리고 이자와 원금을 갚으라고 하자 그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다.
20만원을 빌려주고 한 달 뒤 1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며 "결국 우리 부모님과 그 친구 부모님이 합의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 회원 수만 명 SNS 도박 대출 그룹 성행…'작업 대출' 투자 권유도
청소년에게 도박 비용을 빌려주는 불법 대출은 SNS와 도박 사이트 등에서 성업중이다.
페이스북에서 '작업 대출', '3050 대출', '청소년 대출'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50여 개의 대출 관련 그룹이 검색된다.
각 그룹의 회원 수는 최소 수십 명에서 많게는 1만여 명에 이른다.
실태 파악을 위해 기자가 직접 회원 수 1만4천여 명의 대출 그룹에 가입해 상황을 살펴봤다.
이 SNS 그룹은 미성년자가 돈을 빌리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 대부업자들이 댓글로 각자의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댓글을 단 이에게 대출 문의를 하자 부모님의 신분증, 휴대전화 인증번호, 계좌 번호, 계좌 비밀번호 등을 요구했다.
불법 대부업자들이 요구하는 개인 정보는 추후 빚 독촉 때 사용되기도 하고 거액의 불법 대출에 악용되기도 한다.
개별적으로 접촉한 한 불법 대부업자는 비밀 보장이 되고 부모에게는 알리지 않는다는 말로 안심을 시키면서 개인 정보를 제공하면 3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대부업자는 이런 방식의 대출을 '부모론'이라고 부른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업자들은 이렇게 친절하게 상담을 하고 돈을 빌려주지만,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험악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 대출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등본과 부모님의 개인정보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C씨(22세)는 "대부업자는 곧바로 부모에게 도박한 사실을 알리겠다며 계약 때 찍어둔 주민등록증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거나 집을 불태우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C씨는 "내가 갚은 도박 빚은 4천만원 정도지만 대출을 많이 받은 또래 중에는 빚이 2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중독 청소년 표적 초고금리 대출 성행…"억대 채무 사례도"
[※ 편집자 주 : 청소년들 사이에 스마트폰을 연결고리로 한 온라인 도박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는 아이들이 도박에 빠지면 도박자금을 구하기 위해 초고금리의 불법 대출을 받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부업자들의 덫에 잘못 걸리면 감금·폭행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 도박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은 희박하고 청소년을 도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도박 중독과 그 후유증의 실태를 짚어보고 대책을 모색하는 4건의 기획 기사를 마련해 송고합니다.
] 탐사보도팀 = 고등학생인 A군은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해 하루에 수십만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판돈을 크게 걸지 않았지만 운 좋게 하루에 200만원을 딴 이후 깊숙이 빠져들었다.
일주일에 5만원인 용돈을 한 달 간 모았다가 한꺼번에 베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잃는 돈이 점점 더 많아졌다. 돈이 없었지만 잃은 돈을 되찾겠다는 생각, 몇번만 베팅하면 잃은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자나깨나 머릿속을 맴돌았다.
중독이었다.
결국 A군은 돈을 빌려준다는 학교 선배를 소개받았다.
그 선배는 비슷한 또래 아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는 속칭 '작업 대출'(작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A군은 일주일에 원금의 50%를 이자로 내는 조건으로 20만원을 빌렸다.
선이자 10만원을 떼고 A군이 당시 손에 쥔 돈은 10만원. 비싼 대가를 치른 돈이지만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선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몇 달 만에 갚아야 할 돈이 200만원까지 늘었다.
돈을 빌려준 선배는 A군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하는 등 거칠게 빚 독촉을 했다.
결국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고 판단한 A군은 부모님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받았다. ◇ 도박 상담 청소년 5년 새 16배로 급증…중고생 도박 위험집단 6.4%
청소년이 주로 하는 온라인 도박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서 적발과 단속이 어려운 것은 물론, 학생들이 주로 학교 밖에서 도박하기 때문에 실태 파악도 쉽지 않다.
또 학생들은 학교나 집에 도박 사실을 알리지 않는 데다, 적발되더라도 일반적인 게임이라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박 중독 상담 실적을 통해 청소년 도박의 실태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상담자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 중독 관련 상담 청소년 수는 2014년 89명에서 2019년 1천459명으로 불과 5년 새 1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또 이 센터의 지난 2018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재학 중인 청소년 중 도박 위험집단 비율은 6.4%,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는 도박 위험집단 비율이 무려 21%에 달했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100명 중 6명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는 20명 이상이 도박 중독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도박 청소년 대상 '작업 대출' 성행…1주일 이자율 60%
청소년들은 대개 소액의 용돈으로 도박을 시작한다.
용돈이 바닥나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 돈을 타내고, 그 후에는 주위에서 돈을 빌리거나 도박 비용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게 상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돈에 목마른 도박 중독 청소년을 표적으로 한 불법 대출을 '작업 대출'이라 부른다.
고리의 이자를 받는 불법 대부업자라고 하면 흔히 조직폭력배를 낀 전문 고리대금 업자를 떠올리지만, 작업 대출의 전주(錢主)는 대부분 청소년이다.
학교 등에서 또래 아이들을 소개받아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에 광고를 내고 돈이 급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
십만원 단위의 소액을 빌려주는데 이자율은 대략 1주일에 60%다.
대부업법이 정한 최고 이자율 연 24%가 무색한 수준이다.
보통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받는데, 청소년들은 이 대출을 '3050 대출'이라 부른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작업 대출의 고객이었다가 어느 순간 돈을 빌려주는 전주가 되기도 한다.
도박 비용 마련을 위해 '돈놀이'에도 손을 대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돈거래는 금세 문제를 일으켜, 돈을 빌려주는 쪽도 빌리는 쪽도 부모와 함께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상황을 맞는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 모(18) 군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작업 대출을 해주고 빚 독촉을 하다가 경찰서에 불려 다닌 경험이 있다.
김 군은 "작대(작업대출)를 몇 개 돌리고 이자와 원금을 갚으라고 하자 그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다.
20만원을 빌려주고 한 달 뒤 1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며 "결국 우리 부모님과 그 친구 부모님이 합의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 회원 수만 명 SNS 도박 대출 그룹 성행…'작업 대출' 투자 권유도
청소년에게 도박 비용을 빌려주는 불법 대출은 SNS와 도박 사이트 등에서 성업중이다.
페이스북에서 '작업 대출', '3050 대출', '청소년 대출'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50여 개의 대출 관련 그룹이 검색된다.
각 그룹의 회원 수는 최소 수십 명에서 많게는 1만여 명에 이른다.
실태 파악을 위해 기자가 직접 회원 수 1만4천여 명의 대출 그룹에 가입해 상황을 살펴봤다.
이 SNS 그룹은 미성년자가 돈을 빌리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 대부업자들이 댓글로 각자의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댓글을 단 이에게 대출 문의를 하자 부모님의 신분증, 휴대전화 인증번호, 계좌 번호, 계좌 비밀번호 등을 요구했다.
불법 대부업자들이 요구하는 개인 정보는 추후 빚 독촉 때 사용되기도 하고 거액의 불법 대출에 악용되기도 한다.
개별적으로 접촉한 한 불법 대부업자는 비밀 보장이 되고 부모에게는 알리지 않는다는 말로 안심을 시키면서 개인 정보를 제공하면 3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대부업자는 이런 방식의 대출을 '부모론'이라고 부른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업자들은 이렇게 친절하게 상담을 하고 돈을 빌려주지만,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험악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 대출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등본과 부모님의 개인정보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C씨(22세)는 "대부업자는 곧바로 부모에게 도박한 사실을 알리겠다며 계약 때 찍어둔 주민등록증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거나 집을 불태우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C씨는 "내가 갚은 도박 빚은 4천만원 정도지만 대출을 많이 받은 또래 중에는 빚이 2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