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D램·낸드 가격 전방위 하락"…반도체 코리아 운명은

서버·PC D램 물론 최대 비중 모바일용도 약세 불가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가격 하락 대응…조정 길진 않을 것"

7월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하반기 추가 가격 하락 전망이 잇따르면서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반도체 시장이 재고 증가와 본격적인 가격 하락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며 우리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시작됐다…전방위 약세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와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3∼8%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램익스체인지 조사 기준, 타입별 D램 공급량(용량) 비중은 작년 말 기준 모바일이 41%로 가장 높고 서버 32.2%, PC 13.4%, 컨슈머(TV·전장 등 세트용) 7.7%, 그래픽 5.1% 순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서버가 33.9%로 높아졌으나 모바일은 39.6%로 여전히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상반기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위축을 피하기 위해 D램 수요를 유지했으나,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증가했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업체들이 재고 축소에 주력하고 있어 3분기에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LPDDR4X(8GB)의 경우 3분기 평균 고정 가격은 29.5달러로 2분기 대비 8.4%, eMCP(embedded Multi Chip Package) LPDDR4X(128GB+64Gb) 제품은 40.8달러로 2분기보다 8.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재고를 늘렸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서버용 반도체 구입을 줄이는 대신 상반기에 부진했던 스마트폰(모바일) 수요가 하반기 반도체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모바일 D램도 재고가 늘어난 상태여서 일단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버와 PC용 D램 가격은 하반기 들어서 하락 전환했다. 지난달 서버용 D램(DDR4 32GB) 고정 거래 가격은 134달러로 6월(143달러)보다 6.39% 하락했고, PC용 D램(DDR4 8Gb) 제품의 고정 거래가도 지난달 3.13달러로 전월 대비 5.4% 떨어졌다.

PC용 D램 가격 하락은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트렌드포스는 7월 가격 하락에 이어 8∼9월에도 하락 가능성이 크고, 4분기에는 D램 수요 감소로 하락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PC D램보다 서버 D램의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저장 장치인 낸드플래시도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등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128Gb MLC) 고정거래 가격은 4.39달러로 6.2%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고정 거래가격이 하락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역시 코로나19 대비 차원에서 쌓아놓은 재고로 인해 3분기 약세는 물론 4분기에는 가격 하락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 경제 버팀목 'K반도체'에 악재 우려…"하락 길지 않을 것"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는 악재다.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 수출 등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반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가 42.7%, SK하이닉스가 28.8%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작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5.9%로 1위, SK하이닉스가 9.9%로 5위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하반기 반도체 실적이 상반기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근 실적 발표를 위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모두 하반기 D램을 비롯한 반도체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제품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일단 하반기 실적은 신규 스마트폰 판매에 달려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메모리 마케팅팀 한진만 전무는 "3분기 신규 스마트폰 출시와 중저가폰 수요 회복세를 예상하지만, 주요 고객사 위주로 재고 수준이 높아진 상황이고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며 "고객사의 운용 전략을 면밀히 관찰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3분기에 신규 게임 콘솔(게임기) 출시에 따른 그래픽 D램과 SSD 낸드 판매 증가가 예상돼 서버 등 수요 감소 급락을 일부 상쇄해줄 전망이다.

다행인 것은 가격 하락세가 과거만큼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박명수 담당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3∼4년에 걸쳐 발생했던 수요-공급의 과도한 불일치가 작년 말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성장 추세는 견조할 것"이라며 "코로나 2차 대유행 등 불확실성만 없다면 이번 D램 가격 조정기는 짧게 끝나 올해 하반기가 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한진만 전무는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기반의 활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클라우드 등 IT 기기용 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으로 메모리는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