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4가구 은마아파트, 전세물량 달랑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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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후폭풍'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지난달 31일 시행된 뒤 맞은 첫 주말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숙지도 못한 새 제도가 시행되면서 혼란이 컸다.
이사철 앞두고 매물품귀 심각
반전세·월세 전환도 빠르게 늘어
2일 서울 강남권 중개업소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문의와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임대료 5% 이내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대부분 장기적으로는 ‘똘똘한 한 채’에 실입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전세 매물 품귀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등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의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은 일곱 건만 올라와 있다. 이 일곱 건 역시 실제 전세계약을 맺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새 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며 “9월 이사철을 앞두고 매물 품귀현상이 한층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 전 전세와 월세 비중이 6 대 4 정도였는데 지금은 반전세나 월세 비중이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충돌도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 가운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실입주나 매각을 검토하는 이도 있다. 또 자신이 입주하기 힘들면 가족이나 친척이 살도록 하겠다는 사례가 포착된다. 집주인이나 직계존속 등이 실거주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반포동에 사는 A씨는 “지금 계약을 갱신하면 시세 대비 손해가 너무 크다”며 “실입주하겠다고 세입자를 내보낸 뒤 집을 비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집주인 실거주 입증은 세입자가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세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도 나오고 있다. 아현동 B공인 관계자는 “집을 비워주기로 했다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있다”며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감정싸움에 이어 법적 다툼까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