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소득 주력 성장'을 기치로 更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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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경영' 비난에 굴복했다면아이들 이름이 산뜻해졌다. 듣기도 부르기도 좋다. 초임교수 시절 출석 확인 때마다 등장했던 어색한 이름은 사라졌다. 당시 개명 절차가 까다로워 교수 입장에서 탄원서도 여러 번 썼다. ‘출석을 부르면 학생들은 모두 웃고 당사자는 부끄러워 머리를 들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간판 구호인 ‘소득 주도 성장’이 딱 그 짝이다. 선후가 뒤바뀐 억지 구호를 문자 그대로 밀어붙이다 보니 국정은 엉망이다. 비꼬는 댓글인 ‘결혼 주도 연애’도 우스꽝스럽지만 ‘우산 주도 기우’는 촌철살인이다.
'노키아의 비극' 덮쳤을 수도
이사회 결의 법적책임 엄중히 하고
규제 바닥까지 뒤엎는 결단 필요
핀셋 부자증세는 지속 어려워
기업투자로 '성장파이' 키워야
이만우 < 고려대 경영대 명예교수 >
모순적 구호의 뒷배는 일부 시민단체일 것으로 짐작된다. 청와대와 경제부처 핵심 요직을 차지하며 주요 경제정책을 휘두른다. 경제 전공이 아닌 대통령 측근은 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성장을 이끄는 ‘소득 주력 성장’으로 이해했을 것 같다. 일자리 위기 타개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기업 방문과 지주회사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놓고도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일부도 엇박자를 낸다.시민단체의 비판이 틀린 경우도 많다. 업종 다각화를 ‘문어발 경영’으로 몰아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 경영에 대한 촉감이 정교했던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자동차와 건설업으로 출발했지만 비산유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동 건설시장을 개척했다. 눈앞에 보이는 고향 땅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운송 환경이 섬나라로 바뀌자 조선업을 창설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리드로 반도체 휴대폰 바이오제약 배터리로 이어지는 생명줄을 적중시켰다. 문어발 비난에 굴복했다면 휴대폰에 ‘몰방’하다 쓰러진 핀란드 노키아의 비극이 우리에게도 덮쳤을 것이다.
결합재무제표만 작성하면 재벌은 자동으로 해체된다며 김대중 정부를 들볶아 강제로 도입했지만 10년 만에 헛발질로 끝났다. 지주회사가 지배구조 개선의 해법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순환출자 해소를 들볶았으나 투명성은 계속 바닥이고 일자리는 더욱 고갈됐다. 고용 증대를 위한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에 대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견제도 혼란스럽다. 회사 내부 유보금으로 100% 투자해야지 외부 자금을 갖고 오면 투자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은 보유현금과 유보이익을 혼동한 전형적 발목잡기다.
주식회사는 유한책임을 앞세워 자본을 모으고 주주총회가 선임한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경영을 맡는다. 상장되거나 금융업 등 특수업종 및 대규모 비상장회사는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화되고 규모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은 회사 영업 및 회계·법률 등의 충분한 전문지식과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전문성이 없으면 회사 편을 들거나 공연히 반대하는 돈키호테 스타일이 될 위험이 있고, 전문성은 있으나 독립성이 없으면 햄릿처럼 갈팡질팡하거나 작심하고 회사 편에 서기도 한다. 전문성과 독립성 요건을 법률로 엄격히 정하고 이사회 결의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사외이사 후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충분히 공시해 주총 표결에서 부적격자를 걸러내면 분식회계와 대주주의 이익 편취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동학농민운동 참사를 겪은 대한제국은 1894년 7월 갑오경장을 선포했다. 신분계급 타파, 인재등용 쇄신, 은행·회사 설립 등 낡은 제도를 고치고 새로운 제도를 확장하는 조치였다. 집권 3년을 넘긴 문재인 정부도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가 덮친 최악의 상황에서 규제를 바닥까지 뒤엎는 경장을 결단해야 한다. 강성 노조의 기득권과 비정규직 차별, 경직적 세제 및 기업 규제를 방치하면 해외 사업장의 국내 귀환도,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노동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가의 소득과 상속·증여 재산 중에서 투자에 투입한 부분은 회수 시점까지 과세를 이연해야 한다.
청년이 첫 직장을 제때 못 잡으면 일생의 계획은 망가지고 혼인과 출산은 포기 또는 지연된다. 후세의 ‘내 집 마련’이 명분인 ‘집값 잡기’는 요란하지만 출산율 추락으로 후손이 끊기는 국가소멸 위기에 대한 대책은 부실하다. 핀셋 부자 증세로 위를 끌어내리는 세제는 지속하기 어렵다. 기업 투자가 이끄는 성장으로 나눌 파이를 키워야 상향평균을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