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소스 바르지 않고 뿌렸다고 계약해지한 호식이두마리치킨

대법 "가맹점주에 2000만원 배상하라"
치킨의 맛을 더하기 위해 나름대로 독창적인 조리법을 선보였다가 ‘매뉴얼 위반’ 논란에 휩싸여 계약해지를 당한 한 가맹점주가 소송 끝에 손배해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가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였던 A씨는 2016년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간장치킨을 만들 때 조리용 붓을 사용하지 않고 분무기를 이용해 소스를 치킨에 입힌 사실이 본사에 적발돼서다.

사측은 A씨가 “중요한 영업방침인 조리 매뉴얼을 위반했다”며 2016년 3월 그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솔을 사용해 소스를 발라야 한다는 매뉴얼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A씨는 분무기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맛을 더 좋게 내기 위해서”라고 항변했다. 그는 “스프레이로 하는 것이 압력을 주어 깊은 부분도 골고루 바르게 되고 넓게 퍼져 더 골고루 스며들게 하여 맛이 좋아진다”며 “본사의 조리 매뉴얼에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문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정요구를 취소해줄 것을 요구했다.그러자 본사는 임직원들과 지역장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A씨에게 제시했다. 본사는 간장소스를 붓으로 바른 치킨과 스프레이로 뿌린 치킨의 맛을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비교해본 결과 붓을 통해 발랐을 때 더 맛이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조리 매뉴얼을 지켜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럼에도 A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A씨는 본인이 구체적으로 매뉴얼의 어느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 요구와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의 구체적 시간과 장소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2016년 3월 본사 직원이 솔을 사용하라고 한 뒤부터 솔을 사용하고 있다”며 시정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A씨가 시정요구에 불응하고 프랜차이즈사업의 핵심인 통일성을 저해한다며 2016년 4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A씨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1심은 호식이두마리치킨이 A씨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조리 매뉴얼 9항에 간장소스를 ‘붓을 이용해’ 바른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아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맹점주가 본사로부터 1차 시정요구를 받은 뒤 1년 이내에 또다시 시정명령을 받는다면 가맹계약이 즉시 해제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며 “(A씨 입장에서) 조리 매뉴얼 문언의 불명확함을 지적하며 시정명령의 근거규정을 제시해 달란 요구가 있었고, 이게 곧바로 가맹계약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도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해 A씨에게 불이익을 부과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