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작심발언? "권력형 비리, 외면 말고 당당히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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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내기 검사들을 향해 "권력형 비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당부했다. 또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현 정부와 여권을 향해 불만의 메시지를 에둘러 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3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법조계에선 사실상 검찰 구성원들을 향한 독려성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수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 현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들 대다수가 지난 1월 지방이나 한직으로 좌천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조만간 추가적인 대규모 인사이동을 단행할 예정이다. '문책성 인사'를 당하더라도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칼날이 무뎌져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을 비판하는 듯한 표현도 했다. 그는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하여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하여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하여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이번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갈등을 빚었다. 윤 총장은 수사팀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신중을 기할 것을 지시했지만, 수사팀은 사실상 윤 총장에게 '공개 항명'을 했다. 급기야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향해 이번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의 헌정 사상 두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일마저 벌어졌다.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이번 수사를 '(수사의 정당성이) 설득되지 않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이날 수사팀이 '동료와 상급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고, 추 장관과 수사팀 등이 '국민과 수사대상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이번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얘기다.
윤 총장은 '헌법정신'도 강조했다. 헌법정신은 윤 총장이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날 헌법정신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인 부연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윤 총장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덧붙였다. 여권이 각종 검찰개혁안들을 다수결로 밀어붙이려는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윤 총장은 이날 한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조계에선 각종 압박 속에서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이 이날 신임검사 신고식을 계기로 여권 등을 향해 작심발언을 에둘러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윤 총장은 3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법조계에선 사실상 검찰 구성원들을 향한 독려성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수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 현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들 대다수가 지난 1월 지방이나 한직으로 좌천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조만간 추가적인 대규모 인사이동을 단행할 예정이다. '문책성 인사'를 당하더라도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칼날이 무뎌져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을 비판하는 듯한 표현도 했다. 그는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하여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하여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하여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이번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갈등을 빚었다. 윤 총장은 수사팀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신중을 기할 것을 지시했지만, 수사팀은 사실상 윤 총장에게 '공개 항명'을 했다. 급기야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향해 이번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의 헌정 사상 두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일마저 벌어졌다.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이번 수사를 '(수사의 정당성이) 설득되지 않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이날 수사팀이 '동료와 상급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고, 추 장관과 수사팀 등이 '국민과 수사대상자'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이번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얘기다.
윤 총장은 '헌법정신'도 강조했다. 헌법정신은 윤 총장이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날 헌법정신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인 부연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윤 총장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덧붙였다. 여권이 각종 검찰개혁안들을 다수결로 밀어붙이려는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윤 총장은 이날 한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조계에선 각종 압박 속에서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이 이날 신임검사 신고식을 계기로 여권 등을 향해 작심발언을 에둘러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