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황제는 나야"…21억 잭팟 토머스, 세계랭킹 1위 탈환

WGC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13언더 역전 우승…페덱스 1위
스피스·쇼플리·버거 동기 제치고
'황금세대' 중 첫 통산 13승

"어려운 상황 잘 참아내고
긍정적 태도 유지한 게 비결"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 잰더 쇼플리, 대니엘 버거. 1993년생인 이들은 한때 스타 부재로 허덕이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미래를 책임질 ‘황금세대’로 불렸다. 스피스는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다. 만 20세 생일을 맞기 2주 전 PGA투어 첫 승을 신고했고, 2015년에는 메이저 2승을 포함해 5승을 거뒀다.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스피스의 차지였다. 미국 언론은 스피스에게만 특별히 ‘골든 차일드’라는 수식어를 따로 붙였다.

토머스는 어린 시절부터 스피스와 죽이 잘 맞았다. 퍼팅 게임을 하루종일 같이 하는 날이 많았다. 실력도 엇비슷했다. 프로무대에선 달랐다. 스피스의 그늘이 컸다. 스피스가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커리어를 쌓는 동안 토머스는 2부 투어를 거쳐 2년 늦게 1부 투어에 데뷔했다. 토머스의 수식어에는 항상 스피스 이름이 들어갔다. ‘스피스의 친구’ ‘스피스의 라이벌’ 등이 그랬다.

둘의 ‘우정 전선’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토머스는 “(스피스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부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피스도 해냈는데, 나라고 못 해낼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 되뇌며 채찍질했다”고 털어놨다.

2인자에서 1인자로

토머스가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황금세대 중 가장 먼저 13승 고지를 밟았다. 그는 3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사우스윈드(파70·7277야드)에서 끝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세인트주드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50만달러)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했다. PGA투어 통산 13승과 함께 우승상금 182만달러(약 21억7000만원)를 챙겼다.

토머스보다 어린 나이에 13승을 달성한 이는 우즈(45)와 잭 니클라우스(80·이상 미국)뿐이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스피스 대신 PGA투어의 전설들만 자리하게 됐다. 스피스는 2017년 디오픈에서 11승을 거둔 뒤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대회에선 공동 30위에 그쳤다.

시즌 3승째를 기록한 토머스는 이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페덱스컵 랭킹 1위, 상금 랭킹 1위(720만6402달러)도 굳건히 했다. “로리 매킬로이의 18승도 곧 추월할 것 같다”는 기대마저 나온다. 말 그대로 ‘토머스 천하’를 열어젖힐 참이다.

안병훈, 우승은 다음 기회에

토머스는 이날 4타 차 5위로 출발해 승부를 뒤집었다. 전반에만 4타를 줄인 장타가 빛났다. 그는 ‘가성비’가 좋은 장타자다. 평균 헤드 스피드가 시속 117마일로 장타자급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더 큰 장점은 공을 올려치는 상향 타격이다. 탄도를 높이고 공의 회전수를 낮춰 더 멀리 날아가게 하는 기술이다. 같은 힘으로 더 좋은 비거리를 낸다는 얘기다. 많은 PGA 선수가 공을 내려치는 것과 차별된다.

12번홀(파4)에선 보기가 나왔으나 15번홀(파4), 16번홀(파5) 연속 버디로 만회하며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토머스와 공동 선두를 달리던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0·미국)가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2타 차 2위로 뒤처졌다. 토머스는 남은 홀을 파로 막은 뒤 경기를 마쳤고, 연장전을 꿈꾸던 켑카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토머스는 “역전 우승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며 “행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냈고, 잘 참았다”고 자평했다.

지난 6월 만 50세 생일을 맞은 필 미컬슨(미국)은 최종합게 10언더파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 시즌 그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다만 그는 3년 전 결별한 25년지기 캐디 짐 매케이가 토머스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같은 조에서 바라봐야 했다. 매케이는 미컬슨과 1992년부터 2017년까지 함께하다 결별했다.3라운드까지 2위에 올라 한국 선수 최초 WGC 우승컵을 노려봤던 안병훈(29)은 샷 난조로 3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8언더파 공동 12위로 내려앉아 ‘톱10’ 수성에도 실패했다. 임성재(23)는 3언더파 공동 35위, 강성훈(32)은 2언더파 공동 44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