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동산·공수처 후속법' 법사위 단독 처리

4일 본회의 표결 강행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왼쪽 첫 번째)이 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회의 진행에 대해 항의 발언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일부 법안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176석을 차지한 여당이 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강행 처리에 나서면서 입법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세제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 법안 등 18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4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중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최고 6%로 인상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은 재산권에 대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위헌 지적이 끊이지 않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다뤘다. 법안에 담긴 대북 전단 살포 제한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통위는 위헌 논란으로 인해 이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넘겨 추가 심사하기로 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소급 적용으로 인해 위헌 논란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2004년 위헌 결정이 난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의 재발의도 검토하고 있다.

"위헌 소지" 내부 경고에도…巨與 '부동산 증세법' 4일 처리 강행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입법 폭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은 재산권 침해와 소급적용,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제한 등의 문제점이 민주당 내에서도 제기될 정도다. 민주당이 176석 의석 숫자만 믿고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면 추후 위헌 결정으로 입법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與, 종부세법·공수처 후속법 강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부동산 세제 3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국회법·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을 비롯한 18개 법안을 상정, 의결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법안소위 논의 없이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하는 것에 반발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법안이 처리된 뒤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을 벗어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놓고 박진 통합당 의원 등이 위헌 문제를 제기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도 존중하고 접경지역 주민 안전도 보호하는 조화가 필요하다”며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넘겨 심사하기로 했다.

상임위서 ‘재산권 침해’ 등 지적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거나 이미 처리한 주요 법안은 위헌 논란을 빚고 있다. 부동산 관련 법안은 헌법상 규정된 재산권 침해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법 시행 이전에 체결된 기존 계약 건에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소급적용하기로 했다.이날 법사위에서 다뤄진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외통위에서 논의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작성한 검토보고서에서 위헌성이 지적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종부세법 개정안에 대해 낸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은 법인의 재산권을 상당히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므로 과잉금지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소유자에 대해 최대 6.0%의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과세 강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외통위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인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은 위헌성을 놓고 당내 의견차가 크다. 김태년 원내대표 등 행정수도 이전 ‘강경파’는 여야가 합의해 법안을 내면 헌법재판소가 다시금 위헌성을 판단해 위헌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인의 헌법재판관 중 6인이 정부·여당이 추천한 인사로 채워지면서 여당에 우호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 것도 김 원내대표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해찬 대표 등은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통해 위헌성을 해소할 것을 제안했다.

향후 위헌 결정 나오면 ‘대혼란’

전문가들은 졸속으로 처리된 법안들이 위헌 판단을 받으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하면 헌재에서 위헌 심판을 할 때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며 “위헌 판단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176석의 민주당이 그 힘만 믿고 법률적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