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 잃은 팔순 노부부 이재민 텐트서 뜬눈으로 밤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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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손 이끌려 맨몸 피신…둥둥 떠내려가는 살림살이 지켜봐
박종국 기자 "팔십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여. 4대째 물려받아 살던 집이 물바다 됐는데 겨우 몸만 빠져나왔어" 3일 오후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생활시설에서 만난 이모(80·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씨 부부는 하늘이 뚫린 듯 장대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부는 전날 삼성면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소하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집이며, 삶의 터전이던 식당, 채소를 기르던 100㎡ 남짓한 비닐하우스가 모두 물에 잠겼다.
이씨는 "오전 10시께 하천 물이 넘치더니 순식간에 집안에 물이 들이닥쳐 허리춤까지 차올랐다"며 "살림살이가 둥둥 떠내려가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위험하니 빨리 피신하라'고 잡아끄는 경찰관 때문에 옷가지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맨몸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가재도구며 옷, 이불이 모두 물에 잠기는 등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부부의 집은 흉측한 폐가로 변했다.
맛집으로 소문나 멀리서도 찾아오는 단골이 많았던 살림집과 바로 옆에 딸린 칼국수 식당, 채소를 기르던 비닐하우스도 진흙 범벅이 됐다. 임시생활시설 첫날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이씨는 "물에 젖은 장롱과 옷, 이불이 썩을 텐데 비가 계속 쏟아지니 손을 댈 수가 없어 걱정"이라며 "살다 살다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손자들이 집 정리를 도우러 오겠다는 것을 말렸다"는 그는 "장대비가 계속 쏟아지는데 온들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권모(43·음성군 삼성면 용대리)씨 부부도 이날 오전 삼성중 임시생활시설을 찾았다. 집 뒷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산사태 위험이 있어 마냥 집에 있을 수 없었다.
9살, 6살, 1살 난 자녀와 부모까지 7식구가 옷가지만 챙겨 피신해 10㎡ 남짓한 임시생활시설 내 텐트에 거처를 마련했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일이 작년보다 절반가량 줄었는데, 수해까지 겪는 바람에 아예 일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음성군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37가수 7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삼성중 임시생활시설에는 24가구 54명이 이재민이 생활하고 감곡중 임시생활시설에서 1가구 2명이 지낸다.
나머지 22명은 친척이나 지인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음성군이 식사를 제공하고 대한적십자사와 새마을부녀회, 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이 이재민을 돕고 있다.
각계 후원 물품도 답지하고 있다. 양은주 삼성면 복지팀장은 "이재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돕고 있다"며 "비가 그쳐 하루속히 일상생활로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팔십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여. 4대째 물려받아 살던 집이 물바다 됐는데 겨우 몸만 빠져나왔어" 3일 오후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생활시설에서 만난 이모(80·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씨 부부는 하늘이 뚫린 듯 장대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부는 전날 삼성면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소하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집이며, 삶의 터전이던 식당, 채소를 기르던 100㎡ 남짓한 비닐하우스가 모두 물에 잠겼다.
이씨는 "오전 10시께 하천 물이 넘치더니 순식간에 집안에 물이 들이닥쳐 허리춤까지 차올랐다"며 "살림살이가 둥둥 떠내려가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위험하니 빨리 피신하라'고 잡아끄는 경찰관 때문에 옷가지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맨몸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가재도구며 옷, 이불이 모두 물에 잠기는 등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부부의 집은 흉측한 폐가로 변했다.
맛집으로 소문나 멀리서도 찾아오는 단골이 많았던 살림집과 바로 옆에 딸린 칼국수 식당, 채소를 기르던 비닐하우스도 진흙 범벅이 됐다. 임시생활시설 첫날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이씨는 "물에 젖은 장롱과 옷, 이불이 썩을 텐데 비가 계속 쏟아지니 손을 댈 수가 없어 걱정"이라며 "살다 살다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손자들이 집 정리를 도우러 오겠다는 것을 말렸다"는 그는 "장대비가 계속 쏟아지는데 온들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권모(43·음성군 삼성면 용대리)씨 부부도 이날 오전 삼성중 임시생활시설을 찾았다. 집 뒷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산사태 위험이 있어 마냥 집에 있을 수 없었다.
9살, 6살, 1살 난 자녀와 부모까지 7식구가 옷가지만 챙겨 피신해 10㎡ 남짓한 임시생활시설 내 텐트에 거처를 마련했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일이 작년보다 절반가량 줄었는데, 수해까지 겪는 바람에 아예 일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음성군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37가수 7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삼성중 임시생활시설에는 24가구 54명이 이재민이 생활하고 감곡중 임시생활시설에서 1가구 2명이 지낸다.
나머지 22명은 친척이나 지인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음성군이 식사를 제공하고 대한적십자사와 새마을부녀회, 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이 이재민을 돕고 있다.
각계 후원 물품도 답지하고 있다. 양은주 삼성면 복지팀장은 "이재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돕고 있다"며 "비가 그쳐 하루속히 일상생활로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