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녹동∼제주 운항 2개 해운사, 운항 시간 두고 '갈등'

에이치해운 "승객 편의 위해 오전 출항해야…노선 달라 시너지효과"
남해고속 "시간 겹쳐 여객·화물 운송 피해"

전남 고흥 녹동에서 제주 성산포를 오가는 해운사가 운항 시간을 조정하려 하자 다른 해운사가 '운항 시간이 겹쳐 피해가 예상된다'며 반발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4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녹동항과 제주 성산포항 노선에 취항한 에이치해운은 최근 해수청에 운항 시간을 변경해달라며 사업계획 변경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에이치해운은 오후 5시에 녹동항을 출항해 오후 8시 30분에 성산포항에 도착하며 다음 날 오전 8시30분 성산포항을 출항해 녹동항에는 정오에 도착한다.

에이치해운은 운항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으로 앞당기려고 해수청에 운항 시간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여수해수청은 선사끼리 협의가 없고 녹동항 선석 허가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녹동항에서 오전 9시에 제주항으로 출항하는 남해고속은 에이치해운의 운항 시간 변경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남해고속 관계자는 "지난달 에이치해운이 처음 취항할 때 운항 시간이 우리와 달라 녹동항의 발전을 위해 서로 나눠서 하면 좋을 것 같아 취항을 반대하지 않았다"며 "취항한 지 1개월도 되지 않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전 시간대로 옮기면 여객이나 화물 운송에 피해를 볼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이치해운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시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에이치해운 관계자는 "오후 늦게 출항하면 제주에 밤늦게 도착해 사실상 제주 관광을 하루 정도 하려면 이틀을 머물러야 한다"며 "남해고속과 노선도 다른 만큼 시간을 조정해도 사람이 더 많이 녹동항을 찾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이치해운은 남해고속과 협의가 어려우면 카페리 부두가 아닌 일반 부두에서 새벽 1시에 출항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녹동항은 항만법에 따라 연안 항구로 분류돼 선석 사용 여부는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수해수청 관계자는 "선석과 정박지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경쟁 해운사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며 "해당 지자체가 관리 허가를 해주면 재확인 후 이견이 없으면 운항 시간 등 계획변경인가를 교부하게 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