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또 나온 "저는 임차인입니다"…내용은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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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찬성 토론 위해 본회의장 단상 오른 용혜인
윤희숙과 같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발언 시작
"내 집 마련 가능한 서민들의 대표 되어 달라"
용혜인 연설에 박수 보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저는 임차인입니다. 결혼 3년 차,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은평 한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했던 '5분 연설' 내용이 아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사진)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발언이다.
용혜인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사이다 연설'로 찬사를 받았던 윤희숙 의원과 발언 시작은 같았지만 그 내용은 달랐다.종합부동산세 일부개정법률안 찬성 토론에 나선 용혜인 의원은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의원님들이 얘기하는 세금 때문에 죽겠다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상위 1% 종부세를 납부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들인가, 아니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소유한 뒤 전세 10억짜리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가"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부동산 불평등 해결의 시작은 간단하다. 집값을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 상정된 부동산 세법들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답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임차인인 제가 찬성 표결을 한 이유는 이번 부동산대책이 '집값 잡는 정치'의 시작이 될 것이고,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선 "강남 3구 국민들만 걱정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동산으로 고통받는 모든 국민들의 삶이 걱정된다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는커녕 4평짜리 최저기준의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대표자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용혜인 의원은 "23억의 불로소득을 아까워하지 마시고, 먹지도 자지도 않고 수십 년 월급을 모아야만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서민들의 대표자가 되어 달라"며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선 "임대차법으로 어느 시점에 임대료가 껑충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전·월세 전환율 대책, 신규 계약에도 적용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등 더 적극적인 임차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부동산 기대수익을 낮추면서 조세저항을 피하고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하는 직접적인 재분배정책인 토지 기본소득과 결합된 토지 보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며 "21대 국회는 최저기준 4평짜리 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용혜인 의원이 연설을 마치자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수가 쏟아졌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