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로봇심판 판정에 2초…볼이 간혹 스트라이크로"

KBO, 2군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 시범 운용 시작
세 차례 테스트서 시행착오 수두룩…앞으로 26차례 정밀 시험
인간의 오류를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프로야구 로봇 심판이 마침내 첫선을 보였다. KBO 사무국은 4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을 처음으로 시범 운영했다.

KBO는 퓨처스리그 구장 중 마산야구장과 LG 챔피언스파크에 로봇심판 운영 장비와 시스템의 설치를 완료하고, 지난주 세 차례 테스트를 거친 뒤 이날 처음으로 로봇심판을 공개했다.

KBO는 올 시즌 26차례 로봇 심판 판정을 통해 시스템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정밀 검증한다.
경기 전 정은재 주심은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 로봇심판의 음성 판정을 들은 뒤 손으로 스트라이크 콜 신호를 연습하며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경험했다.

자동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스템은 총 3대의 카메라가 사전 측정된 마운드, 홈 플레이트, 베이스 등 고정 그라운드 위치 정보를 토대로 모든 투구를 실시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타자별로 설정된 스트라이크 존 통과 시 해당 투구의 위치를 측정해 자동으로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하며, 볼·스트라이크 판정 결과는 로봇심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성으로 변환돼 이어폰을 통해 주심에게 전달된다. 주심은 음성 수신 결과를 듣고 수신호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볼·스트라이크 판정 이외 모든 심판 판정 상황은 기존 경기와 동일하게 운영한다.
세 차례 테스트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났다. 김선수 KBO 심판위원은 본격적인 로봇심판 운영을 앞두고 테스트로 치러진 7월 30일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주심을 봤다.

9이닝 내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가 4회 초, 4회 말에 1이닝씩 로봇의 판정대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했다.

김 심판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투구를 보고 스트라이크·볼을 바로 판정하던 것과 비교해 로봇 심판의 판정 시간은 더 걸렸다"고 소개했다.

평소라면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끝날 시각에 이어폰으로 판정이 들려와 최종 판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렸다는 얘기다.

이때 걸렸던 시간은 약 3초. KBO 관계자에 따르면, 4일 시범 운영에서 걸린 시간은 2초로 줄었다.

현재 로봇 심판을 검증 중인 메이저리그에선 1.5초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김 심판위원은 허리에는 로봇심판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휴대전화 단말기를 허리에 차고, 이 단말기에 연결된 유선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았다.

파울 팁 등 경기 중 일어나는 여러 상황을 소리로 정확하게 판단하고자 다른 한 쪽 귀에선 이어폰을 뺐다.

판정 결과를 좀 더 빨리 수신할 수 있어 블루투스 이어폰보다 유선 이어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주심으로선 한 귀로는 로봇의 판정을 들으랴, 다른 귀로는 경기 상황을 들으랴 바쁠 법도 했다.

김 심판위원은 "관중이 들어찬 상황에선 더욱더 정신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로봇심판의 정확성을 묻자 김 심판위원은 "원래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볼과 기계의 판정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도 "포수들과도 얘기해봤는데, 땅바닥에 닿을 정도의 볼이라고 봤던 공을 기계가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해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고 경험을 전했다.

또 때로는 이어폰으로 스트라이크·볼 판정 결과가 전달되지 않아 먹통이 되기도 했다고 김 위원은 덧붙였다.

로봇심판 운영 초반의 기계적 시행착오를 설명하던 김 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로봇심판이 심판의 정확성을 키우는 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은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경기 중 모호한 순간이 간혹 있는데, 로봇심판의 정확한 판정을 훈련할 때 참고한다면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