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즉시 항고"…'무시'로 일관하던 일본 전략 바뀌나

18년 판결이후 日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 말소" 입장 반복
압류명령서 수령도 않았던 일본 측 변화 조짐
일본제철 "한일 외교교섭 지켜보며 적절히 대응해 나갈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범기업인 일본제철(옛 신닛테쓰스미킨)의 한국 자산을 압류할 수 있게 된 4일 당사자인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2년 가까이 우리나라 법 절차에 응하지 않았던 일본 측 변화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지난 6월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PNR의 주식(8만175주)에 내린 압류명령의 공시송달 효력이 이날 0시부터 발생하는데 대해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제철은 "계속해서 한일 양국정부의 외교교섭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일 0시까지 항고하지 않으면 압류명령이 확정되기 때문에 일본제철이 늦어도 오는 10일까지 관할법원인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즉시 항고장을 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나라 대법원이 2018년 10월30일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1억원씩 배상할 것을 선고한 이후 일본제철은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은 말소됐기 때문에 자산압류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따라서였다.

일본 기업들의 무대응에 지난해 5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압류명령을 내렸지만 명령서를 해당 일본 기업에 전달할 일본 외무성은 수령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내린 공시송달도 당사자 주소 등을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할 경우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면서 사유를 게시판에 공고해 내용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일본 정부 역시 지난해 5월 1965년의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국제중재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했을 뿐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을 인정한 적은 없다. 일본 정부가 '한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위로금을 출연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도 제안을 받아들이면 판결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법원의 판결에 대응하는 대신 한국 측이 현금화에 나설 경우 다양한 보복조치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해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으며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이 현금화에 나서면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해 우리나라 법원의 절차에 응하겠다는 자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일본 측의 대응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반면 단순히 시간끌기를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불복 신청 방법의 하나인 즉시항고를 하면 법률적으로 집행정지 효력이 있다. 공시송달 명령의 효력이 발생해도 압류자산 가치평가, 일본제철의 입장 청취 등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 현금화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