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부통령 '화웨이 두둔' 발언에 대통령 지지자들 반발

극우 블로거 "적이나 마찬가지"…우파 의원 "우리가 보복할 것"

브라질의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이 5세대 이동통신(5G) 구축 사업과 관련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두둔했다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됐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모우랑 부통령이 5G 사업자로 화웨이를 선정하더라도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잇따라 비난을 제기하고 나섰다.
극우 블로거인 알란 두스 산투스는 트위터에 "부통령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적이나 다름없다"고 모우랑 부통령을 공격했다.

산투스는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대법원의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인사다. 극우단체 '브라질의 300'을 이끄는 사라 윈테르는 욕설을 섞어 "모우랑 장군, 중국의 5G를 가져오겠다는 거냐"며 군 장성 출신인 모우랑 부통령에 반감을 드러냈다.

우파 정당인 기독교사회당(PSC)의 오토니 지 파울라 하원의원은 "보복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보복의 규모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5G 구축 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할 것인지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브라질이 5G 구축 사업자로 화웨이를 선정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기밀이나 개인정보가 탈취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뜻에 복종하도록 공개 협박하는 것은 노골적인 패권 행위"라며 미국의 화웨이 봉쇄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웨이는 브라질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면 5G 구축이 수년간 지연되고 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브라질 정부는 5G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국제입찰에 화웨이 참여를 허용한 상태다.

입찰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늦춰졌다.

브라질의 5G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국제입찰에는 스웨덴의 에릭손과 핀란드의 노키아도 관심을 보여왔다.

미국과 중국 양측의 압박이 커지면서 파비우 파리아 브라질 통신부 장관은 5G 기술 관련 안건을 내년으로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내년 말부터 2022년 초 사이에 시험단계를 거쳐 2022년 중 본격적인 5G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