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대책 '역풍'…여당 정치인들도 줄줄이 공개 반대 [종합]

강성 친문 정청래도 "이런 방식은 문제"
지역구 반발 빗발치자 줄이어 공개 반대
"취지 공감하지만 우리 지역엔 임대주택 안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TF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방안 발표를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민심 이반에 놀란 정부가 급하게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졸속 대책이란 비판이 여권 내에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4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수도권에 13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골자의 대책을 발표했다. 고밀개발, 35층 제한을 50층으로 높이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하지만 정부 발표 3시간 만에 서울시는 "시는 35층 규제를 푼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계획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했다. 재건축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갖고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가 지자체와 기본적 논의도 하지 않고 대책을 발표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서울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발언한 지 불과 3주 만에 입장을 뒤집은 셈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선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주먹구구식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지자체장들마저 줄줄이 공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전체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지역민 반대 등을 이유로 문제 삼았다.

강성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조차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지역구인) 마포구청장도 저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발표됐다. 지금 상암동 주민들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이어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그냥 따라오라는 이런 방식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반대할 리 있겠나. 그러나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도 "지난 번 고용진 국회의원, 김성환 국회의원,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함께 노원구민의 우려를 강력하게 전달한 바 있었다. 1만호 건설이 발표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뤄진 곳이 노원구다. 이곳에 또 다시 고밀도의 1만 세대 공급은 구민에게 큰 실망감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도 정부 발표에 즉각 반대 입장을 냈다. 김종천 시장은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는 광장으로서 과천시민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4000여 호의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과천시민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서 정부과천청사와 청사 유휴부지 제외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발상은 과천시의 도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개발해서는 안 되는 곳을 개발하는 난개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역구민 반발에 놀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줄이어 정부 대책에 공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합동 브리핑을 위해 정부 합동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도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민주당 정치인들은 강남 살면서 국민들은 임대주택에 살라는 것이냐"며 "계층 사다리를 완전히 끊어 버리는 정책이다. 돈 없는 사람은 닭장 같은 임대아파트에서 평생 살아가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누가 임대를 원한다고 했느냐"며 "국민은 내 집에 내가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미며 살고 싶다. 정부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박살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자녀가 크면 임대주택에 사는 것이 창피하다고 대부분 이사를 한다. 정부 정책은 현실을 모르는 것" "현재 국민들은 단순히 거주할 곳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것인데 임대주택에 만족하라는 것이냐" "가재, 붕어, 개구리들은 평생 내집 마련 꿈도 꾸지 말라는 것" "강남에는 임대공급을 하지 않고 강북에만 임대를 넣어 강남과 강북을 다른 세계로 만들 작정" 등의 반응도 뒤따랐다.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2028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참여형 재건축 도입과 공공재개발 활성화, 신규 택지 발굴 등을 통해서다. 지구계획을 수립한 3기 신도시 등에 대해서도 용적률을 올려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