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굳이 탈 이유가 없다"…'경제성' 매력 떨어진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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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 딜레마
전기차 싸졌는데, 유지비는 되레 상승
▽ 전기차 구매 이유, 68%가 '경제성'
▽ 충전비 급등…113만대 보급 '빨간불'
"이제 전기차 유지비 이득도 없어졌네요. 충전 불편은 그대로인데 요금은 오르니 굳이 살 필요 없어 보입니다."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그린 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책 탓에 전기차를 구매할 이유는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기차 동호회에는 전기차를 팔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입하겠다는 글이 부쩍 늘어났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소비자들의 예상보다 크게 오르며 전기차의 경제성이 훼손된 탓이다. 한 이용자는 타고 있던 전기차 처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내연기관이었다면 준대형 승용차를 샀을 가격에 준중형 전기차를 샀다. 충전은 여전히 불편한데 요금은 오르니 굳이 탈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다른 이용자들도 "이제 유지비 이득이 없으니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요금 할인이 축소될 줄은 알았지만 기본요금까진 물릴 줄 몰랐다. 그렇다고 불평하면 적폐로 몰아가니 안 타는게 마음 편하다"며 전기차의 경제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부담됐던 전기차 가격은 한층 내려
그간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크게 높았다. 가령 현대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경우 내연기관 모델의 가격은 1914만~2624만원이지만 전기차 가격은 4690만~489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보다 컸다.이러한 가격차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다만 최근에는 보다 저렴한 전기차 보급이 시작되며 부담이 덜어졌다. 푸조는 최근 전기차 e-208과 e-2008을 출시했다.르노삼성도 이달 소형 전기 해치백 조에(Zoe)를 선보인다. 52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309km 인증을 받았다. 전비(전기차의 연비)도 5.94km/kWh로 기존 준대형 전기차의 2배 수준을 확보했다. 르노삼성은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 구매 가능한 가격에 조에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폭 줄자 충전요금은 3배 늘어
전기차 가격이 낮아졌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하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대부분의 전기차 이용자는 저렴한 충전요금으로 전기차의 비싼 가격을 상쇄해왔다. 기존 판매된 전기차의 경우 대략 10만km를 주행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과거 여름철 밤 사이 완속으로 충전할 경우 충전요금은 1kWh당 60~100원 수준이었다. 고압의 전류를 흘려 빠르게 차량을 충전하는 급속충전기는 배터리 셀을 열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충전 환경에 놓인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차 충전요금은 약 3배 이상 비싸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부족으로 충전이 불편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높은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던 것"이라며 "소비자가 가장 주목하는 구매 이유가 사라지면 정부의 그린 뉴딜 계획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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